'간선제' 교육위원선거 후유증 몸살

  • 입력 2002년 8월 5일 18시 29분


지난달 11일 실시된 교육위원 선거의 후유증이 전국적으로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현 교육위 의장이 선거운동 과정에서 선거인단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됐다.

서울의 제2선거구인 은평 마포 서대문구에서는 1위 당선자인 나모씨(63)가 교육위원 자격 시비에 휘말린 상태다. 2위 당선자를 포함한 4명의 후보가 “나씨는 민주당 중앙당 직능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는 등 민주당 당원으로 교육위원에 선출될 자격이 없다”며 선거관리위원회에 당선무효 소청을 제기한 것.

현행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60조 1항에서는 “교육위원은 후보자 등록일로부터 과거 2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자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나씨는 “민주당 직능위에 이름이 올라간 것은 평소 알고 지내던 의원이 내 의사와 상관없이 넣은 것이며 어떤 당에도 가입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서울의 제5선거구인 강서 양천 금천 구로구 지역에서는 선거기간에 후보 6명에 대한 흑색선전을 담은 문서가 선거인단에 뿌려져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북에서도 교육위원 선거와 관련해 돈을 돌린 혐의로 현 경북교육위원회 의장인 박모씨(69)가 5일 경찰에 의해 구속영장이 신청된 상태다.

구미지역 농협장인 박 의장은 농협 직원들을 시켜 교육위원 선거를 앞둔 7월 10일 구미 시내에서 학교운영위원 4명에게 지지를 부탁하며 50만원을 건네는 등 수 차례에 걸쳐 200만원을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에서도 한 당선자가 자신의 저서를 선거권자인 학교운영위원들에게 돌렸다는 익명의 제보가 선관위에 접수됐으며, 충남에서는 선거기간에 선거사무실을 운영한 후보가 있다는 제보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이 밖에 강원에서는 선거에 출마했다 낙선한 김모씨(51)가 전교조 지지 후보 3명과 전교조 강원도지부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김씨는 고발장에서 “전교조 도지부는 선거를 앞둔 5월 지지 후보 3명의 기고문이 실린 ‘학교운영위원회 활동을 위한 길라잡이’라는 책자를 학교운영위원들에게 배포하고 일부 지역에선 후보자가 선거인들을 직접 접촉해 나눠주며 지지를 호소하는 등 사전 선거운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해양대 김용일(金容逸·교육정책) 교수는 “현행 교육위원 선거는 이해 당사자인 학교운영위원이 투표권을 갖고 있어 각종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지방선거처럼 교육의 실수요자인 주민 직선으로 선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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