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용택의원 ‘6월27일 병역특위보고서’ 논란

  • 입력 2002년 8월 5일 18시 34분


한나라당 홍준표의원이 5일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회창대통령후보 병역 문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서영수기자
한나라당 홍준표의원이 5일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회창대통령후보 병역 문제에 대한 검찰의 수사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 서영수기자
민주당의 ‘이회창 후보 병역비리 은폐의혹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천용택(千容宅) 의원이 은폐의혹을 폭로한 의정 부사관 출신 김대업(金大業)씨를 특보로 임명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나자 한나라당은 즉각 “민주당이 김씨를 사주했다는 설의 꼬리가 잡혔다”며 총공세에 나섰다.

그러나 천 의원은 “(사주설에 대해) 한나라당이 구체적인 증거를 대지 못할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강경하게 맞섰다.

▽천 의원의 병역비리 보고서〓천 의원은 6월27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A4용지 1장짜리 보고서로 특위의 진행 상황과 향후 계획을 보고했다.

“9월 정기국회에서 대정부 질의를 통해 이 후보의 병역 비리 문제를 본격 제기한다는 목표 아래 1. 1, 2차 은폐회의 목격자 및 증인 확보 및 증언을 설득 중 2. 춘천병원 병역판정 부표 파기 경위 확인 3. 병역기록부 원본 기록부 확인(서울지방병무청) 4.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병역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고발토록 공세 펴 검찰수사 유도 5. 김대업씨(병역비리 수사관) 등의 양심선언 기자회견 등을 준비한다.”

그는 보고서 말미에 “이와는 별도로 김대업씨를 특위위원장의 병역비리조사 특보로 임명해 위촉장을 수여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계획은 당 지도부의 반대와 김씨의 거절로 성사되지 못했다고 천 의원측은 밝혔다.

▽천 의원과 김대업씨 관계 논란〓한나라당 남경필(南景弼) 대변인은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특위의 조사특보로 임명하려던 사람을 ‘밥 한끼 같이 먹었을 뿐’이라고 모른 체할 수 있느냐”며 민주당이 조직적으로 김씨를 관리해왔다는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병역비리를 은폐하려는 한나라당의 또 다른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천 의원은 “김씨를 만났을 때 그의 진술이 6하원칙에 맞아서 신뢰하게 됐다”며 “김씨는 (병역비리 의혹이) 정치권에서만 (공방으로) 왔다갔다하면 오해만 사기 때문에 검찰의 직접 수사로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천 의원은 또 “김씨의 폭로와는 별도로 특위 차원의 조사결과를 열흘 후쯤 기자회견에서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한나라당 박영관 부장 고발▼

한나라당은 5일 박영관(朴榮琯) 서울지검 특수1부장과 노명선(盧明善·일본 파견) 검사를 직권 남용 및 공무원 자격사칭 교사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다.

한나라당은 고발장에서 “박 부장검사 등이 지난해 6월부터 올 2월까지 사기죄로 구속 수감된 김대업(金大業)씨를 매일 서울지검으로 출근시켜 검찰 수사관인 것처럼 피의자를 신문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또 “피고발인들은 김대업씨로 하여금 김길부(金吉夫) 전 병무청장 등을 신문하게 해 김 전 청장 등이 ‘의무 없는 일’(신문을 받지 않아도 될 일)을 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국민수(鞠敏秀) 대검 공보관은 “일반 사건과 마찬가지로 원칙대로 검토한 뒤 수사 여부를 결정할 사안”이라며 “야당의 현직 검사 고발에 대해 입장을 밝힐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千의원 “金씨에 10원도 안줬다”▼

민주당 병역비리은폐 진상규명 특위위원장인 천용택(千容宅·사진) 의원은 김대업(金大業)씨에게 거액의 자금을 주고 관리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천 의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특위 출범 전 예비조사차원에서 김씨와 한차례 점심식사를 한 적은 있다”며 “그러나 김씨에게 단돈 10원도 준 일이 없다”고 말했다.

또 김씨를 진상규명 특위의 특보로 임명하려 했다는 한나라당 주장에 대해서는 “그를 믿을 만한 증언자로 생각하고 한때 (특보 임명을) 검토했으나 당내에서 그럴 필요가 없다고 해서 유야무야됐다”고 해명했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녹음테이프 있나 없나▼

5일 서울지검에 출두하고 있는 김대업씨

이정연(李正淵)씨 병역면제 의혹 사건의 최대 쟁점은 정연씨의 어머니이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의 부인인 한인옥(韓仁玉) 여사가 관련자에게 병역면제 청탁과 함께 1000만원 이상을 줬는가이다.

이 후보 진영과 병무청 간부의 대책회의, 병역기록 위변조 및 고의 파기 여부도 쟁점이지만 이 두 쟁점은 표면적으로 이 후보와 직접 연결돼 있지 않다.

두 쟁점 모두 이 후보 주변 인사들의 독단적인 행동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특히 병역기록 관련 쟁점 가운데 일부는 이미 97년 대선 직전 집중적으로 조명돼 나름대로 해명이 됐다.

그러나 한 여사의 청탁 및 돈 전달에 의한 병역면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체중 미달에 따른 적법한 면제’를 주장했던 이 후보는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5일 검찰에 소환된 김대업(金大業)씨는 한 여사의 개입 의혹을 입증할 녹음테이프를 보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녹음테이프에는 정연씨가 91년 102보충대 춘천병원에서 신체검사를 받을 당시 한 여사가 1000만원이 넘는 금품을 관계자에게 전달한 사실을 입증할 관련자들의 대화가 담겨 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날 검찰에 출두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수 있는 문제의 녹음테이프를 갖고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 상황을 지켜봐 가면서 녹음테이프를 제출할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녹음테이프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김씨는 이를 검찰에 제출해 자신을 ‘사기꾼’이라고 비난한 한나라당을 정면으로 반박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아 그 배경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등에서는 “정치 공작의 일환으로 허위 사실을 꾸며댔다”, “8·8 재·보선 등 정치적인 일정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비난을 하고 있다. 반면 김씨 주변에서는 “실제 녹음테이프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검찰의 수사 의지만 확인되면 녹음테이프를 제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녹음테이프가 실제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 들었다는 식의 ‘전언(傳言)’일 경우 선도(鮮度)는 크게 떨어진다. 또 목소리가 녹음된 인사들의 신원과 그들이 대화를 나누게 된 경위 등도 따져봐야 할 부분이다. 일부에서는 김씨가 이런 부분에 자신이 없어 녹음테이프 제출을 미루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한 여사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터무니없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회창 대통령 후보 장남 정연씨 병역면제 의혹 사건 쟁점 및 당사자 주장
김대업씨 주장쟁점한나라당 주장
관련자가 한인옥 여사의 돈 전달 사실을 시인한 녹음 테이프가 있다한 여사가 병역면제 과정에서 1000만원 이상을 썼는지 한 여사, “청탁을 위해 돈을 건네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
전 병무청 고위 관계자 K씨가 검찰에서 대책회의 했다고 시인97년 대선 직전 이 후보 진영과 병무청 간부들 간의 대책회의 개최 여부대책회의 주장은 공작정치의 산물이다
기록 위변조 및 고의 파기에 관련된 인사들이 증거 은폐 위해 최근 서로 연락 취했다97년 대선 전 병역기록 위변조 및 고의 파기 여부기록 은폐 파기 의혹 관련 일부 인사들이 처음 만난 것은 기록이 파기된 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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