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2002 월드컵과 응원ㆍ축제 열기
1. 새로운 응원ㆍ축제문화의 전개
□ 길거리 응원이 새로운 집단 축제문화의 형태로 발돋움
- 2002 월드컵에서 가장 특기할만한 사회ㆍ문화적 코드는 「붉은악마」로 부르는 대규모 응원단의 길거리 축제
- 경기장 바깥의 도심, 학교, 공원 등지에서 2002년 6월 한 달 동안 연인원 2천2백여만명이 운집
ㆍ「붉은악마군단」이 보여준 패션, 스타일, 노래, 구호, 박수, 그리고 열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신선한 축제문화로 평가
□ 「붉은악마」의 출현과 폭발적인 확산은 그 자체가 역사적 사건
- 2002년 6월의 전국민적 「붉은악마」응원은 한국고대사의 부족축제였던 영고, 무천, 동맹과 맥을 같이 하는 대규모 공동체 축제
- 특히 월드컵기간의 길거리 응원은 한국 역사상 오랫동안 공백 상태를 보인 것이나 다름없었던 거국적 축제문화가 부활했다는 의미를 지님
▷ 부여, 고구려, 동예 시대 「나라의 큰 모임」
- 영고(迎鼓):부여에서 하늘에 제사지내던 의식으로서 맞이굿이라고도 부름. 이 행사는 추수가 끝난 12월에 열렸으며 동네마다 사람들이 한곳에 모여 천신에 제사지내고, 가무를 즐기는 등 서로의 친목을 도모하였음. 또 중대한 의사결정을 하거나 죄수들을 방면해주는 풍습도 있었음
- 동맹(東盟): 고구려에서 10월에 행하던 제천의례(祭天儀禮) 행사. 이 역시 농경부족사회 공동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추수감사제 성격임
- 무천(舞天): 동예에서 행하던 제천행사로 해마다 음력 10월에 공동으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전체 부족민이 춤과 노래를 즐겼음
□ 「붉은악마」열기는 단순한 응원문화를 넘어서 사회적 신드롬으로 발전
- 레드 패션, 히딩크 리더십, W(World Cup)세대 등 새로운 사조와 가치관들을 표현하는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생성되고 전파
- 2002 월드컵으로 국민들은 보람을 느끼는 한편 일상생활에서 벗어나 흥분과
열정, 신명, 자신감, 공동체의식 등을 느끼며 다양한 차원의 체험을 만끽
- 「붉은악마」는 PC통신동호회로서 출발하였으나 대표성 등 탄탄한 요건들을 갖춰 나감으로써 일약 세계적인 사회ㆍ문화적 현상으로까지 발전ㆍ 대표성(가장 강력한 전국민적 축구응원 단체)과 희소성(유사한 단체나 전례가 없음), 도덕성(순수한 회비로 운용), 전문성(카드섹션 등 효과적 응원프로그램 개발) 등의 요건들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음
□ 「붉은악마」의 급팽창이 새로운 응원ㆍ축제문화를 연출
- 속도(Velocity)와 체면 의식이 전국민적 동참의 동력으로 작용
- '빨리 빨리'와 '친구따라 강남간다'는 말처럼 재빨리 확실하게 해치우고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는 성향이 교육열, 인터넷열기에서 이미 강하게 표출
- 이러한 한국민의 특성이 자연스럽게 한국축구와 '대한민국'에 대한 끈끈한 애착으로 연결
▷ 독특한 커뮤니티문화가 「붉은악마」의 급팽창을 주도
-「붉은악마」명칭은 온라인 토론을 통해 결정(97.5): 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축구대회 4강진입때 외국언론들이 한국팀을 '붉은악마'로 부른 것에서 착안
- 지속적인 인터넷 커뮤니티(community)문화 확산으로 「붉은악마」의 위상 제고
- 월드컵 때는 의상(붉은셔츠),구호(5박자 박수),노래(아리랑,오~필승코리아 등 응원가),소품(대형 태극기, 머리띠 등),스타일(페이스 페인팅),질서,정돈 등 측면에서 일사불란한 커뮤니티로서 면모를 보이며 폭발적 에너지를 분출
2. 한국 고유의 응원ㆍ축제 문화 정착
□ 폭력적 '훌리건'으로 악명이 높은 서구와 차별화되는 평화적 응원이 특징
- 월드컵 기간의 길거리 응원과 월드컵 이후 K-리그로 이어진 열띤 경기장 응원은 비폭력적이며 다양한 계층, 연령, 성을 아우른다는 특성을 보임
ㆍ서구에서는 축구가 노동자계급을 위무하기 위한 오락에서 유래하였다는 측면도 있어 때로는 거친 남성들의 폭력적인 난장판으로 변질하기도 함
ㆍ한국은 아이들을 동반하여 소풍을 가듯이 경기장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점이 서구와는 다름
-「붉은악마」의 길거리 응원과 축제는 전적으로 자발적인 동기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운동 경기의 응원에서 시작하여 점차 온 국민이 참여하는 거대한 축제로 발전
ㆍ특히 여성과 청소년 등 그동안 스포츠문화에서 소외되어온 계층이 주도적으로 참여
▷ 유럽의 응원 장소
- 명문 프로축구리그가 발달한 유럽에서는 직접 경기장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집이나 직장 근처의 펍(pub), 호프집과 같은 곳에서 TV를 시청하는 경우도 많음. 또 빅게임이 열리는 날에는 광장이나 길거리, 공원 등에서 자연스럽게 모여 단체로 응원전을 펼치기도 함
□ 스포츠선진국에서는 생활체육의 확산에 따라 「보며 즐기는 응원」과「하며 즐기는 스포츠 」가 함께 발달하였음
- 유럽의 축구 선진국에서는 매니아층을 중심으로 클럽 축구의 생활화가 크게 진전되었다는 점이 한국과는 크게 다름
- 따라서 축구 선진국에서는 오랫동안 매니아 관중들이 한 데 뭉쳐 즐기는 응원문화가 일상화되어 있음
- 또한 축구 선진국에서는 자국은 물론이고 개인이 선호하는 팀이나 개별 선수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응원을 하는 등 다채로운 방식이 나타남
◆주요 국가의 응원단과 문화
영국
- 좋아하는 클럽의 유니폼과 목도리는 기본 품목으로 갖추고 있으며
관중들은 주로 경기시간 내내 서서 응원함
- 팬의 대부분이 클럽 유니폼과 국가 대표팀 유니폼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음
- 집근처 펍(pub:영국식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TV를 시청하는 패턴도 일반화
네덜란드
- 국가대항전이 열리면 대부분의 네덜란드 관중들은 자국
대표팀 유니폼(오렌지색)을 입고 응원전을 펼침
브라질
- 대표팀 유니폼보다 클럽 유니폼을 더 선호
- 관중의 30%이상이 클럽 유니폼을 착용하고 관전
중국
- 대표팀 유니폼(붉은색)과 오성홍기를 들고 응원
- 경기 종료 후 수십만의 「추미(蹴迷)」들이 거리 행진
* 중국에서 골수 축구팬을「추미(蹴迷)」라고 부름. 미(迷)는 '마니아'라는 뜻. 중국의 응원단인 치우미는 아직 전국적인 조직으로 발전하지는 못하고 있음
일본
- 질서정연하고 깔끔한 응원문화가 특징
- 대부분이 좋아하는 선수와 팀의 유니폼을 구입, 착용
- 한국의 「붉은악마」와 비견되는 「울트라 닛폰」은 조직이 아니라
자원봉사 차원의 무브먼트(운동)로 평가받고 있음
* 조직이 아니므로 회장 등 직책도 없으며 조직적인 응원 대신 관중들이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닛폰 짝짝짝'같은 간단한 구호나 유명한 노래(베르디의 오페라 '아이다'의 곡조 등 사용)를 통해 응원전을 펼침
*「울트라 닛폰」은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부터 공식적인 활동을 개시. '울트라(ultra)'라는 단어는 일본 사람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울트라맨'을 연상시키며 한편으로는 열광적인 축구팬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음
<삼성경제연구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