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일산 주택가 러브호텔 불야성

  • 입력 2002년 8월 11일 17시 57분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들어선 일산신도시 러브호텔 - 동아일보 자료사진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들어선 일산신도시 러브호텔 - 동아일보 자료사진
경기 고양시는 숙박업소 나이트클럽 룸살롱 등 유흥업소가 주거지역과 준농림지역은 물론 상업지역에도 새로 들어서지 못하도록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하지만 일산 주택가에 자리잡고 있는 기존 러브호텔들은 ‘유리방’ 등 신종 퇴폐업소가 날로 번성하면서 더욱 호황 국면을 맞고 있다.

▽실태〓일산신도시 내에는 현재 숙박업소 30개가 영업 중이다. 2000년 말 16곳이었던 것이 배 가까이 늘어난 것. 일산과 인접한 탄현지구에 있는 9곳을 합치면 39개소에 이른다.

고양시는 한때 마두동과 대화동의 숙박시설을 매입하려 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들 업소는 올들어 모두 문을 열고 영업 중이다.

주엽역과 마두역 일대에는 밤이 되면 여성이 신체 일부를 보여주는 ‘유리방’과 출장마사지를 선전하는 명함 크기의 선정적인 광고지가 도로를 뒤덮는다. 또 남성스트립쇼를 광고하는 성인나이트클럽 전단지까지도 거리에 흩날린다. 대화동과 백석동 등 러브호텔 밀집지역은 밤이 되면 업소의 주차장은 물론 이면도로까지 차를 세울 곳이 없을 만큼 붐빈다.

출장마사지는 흔히 숙박시설에서의 윤락으로 이어지고 유리방도 대개는 숙박시설을 이용한 윤락으로 연결된다. 결국 이들 업소의 번성은 일산 주택가에 인접한 러브호텔의 호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리방은 단속규정이 없어 윤락 현장이 적발되지 않는 한 형사처벌을 못하는 탓에 일산과 화정 일대에만 10여개 업소가 성업 중이다.

▽대책〓고양시는 연말까지 지구단위계획과 도시계획조례 등 관련법규를 정비해 주거지역과 준농림지역에는 숙박시설과 위락시설(룸살롱, 바닥면적 150㎡이상의 단란주점)에 대한 신규 허가를 일절 내주지 않기로 했다. 시는 그 이전에는 건축법상 규정된 심의규정을 통해 이들 유흥업소에 대한 신규허가를 막을 방침이다.

특히 일반상업지대와 중심상업지대라 할지라도 숙박 위락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해 거리제한 규정을 강화, 주거지역과 300m 이내인 경우에는 일절 허가하지 않을 방침이다.

▽전망〓고양시가 숙박업소 건축허가를 취소하자 소송을 제기해 1심에서 이긴 윤모씨(37)가 이달 말 열리는 항소심 선고공판에서도 이기면 고양시의 강력한 대응에도 불구하고 러브호텔은 결국 더 늘어날 전망이다. 시의 강력한 대책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통해 신축을 강행하면 속수무책이 된다.

또 유리방이나 출장마사지, 일부 업소의 퇴폐영업 등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민들은 “기존 업소의 불법행위에 대한 대책없이 새로 숙박업소를 짓지 못하도록 막기만 한다면 결국 이미 들어선 숙박업소의 배만 불려주는 일이 될 수 있다”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고양시 러브호텔 및 유흥업소 난립저지 공동대책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시의 강도 높은 대응책을 일단 환영하지만 러브호텔 이용으로 이어지는 향락업소의 근절 방안 또한 강력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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