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청은 14일 한국화이자의 감기약 코프렐 용기에 고혈압 및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카두라가 일부 섞여 시중에 유통됐다고 밝혔다. 한국화이자는 5월 카두라 용기에 코프렐이 일부 들어갔다는 사실을 공표한 적은 있지만 이번에 그 반대현상이 확인됐다.
식약청은 "고혈압 등 치료제에 감기약이 섞였다는 신고에 따라 유통된 한국화이자의 모든 약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500알이 담긴 코프렐 5병에 감기약 카두라가 각 1알씩 들어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제 제품들은 한국화이자가 2월 14∼15일 만들어 출고한 코프렐과 카두라 각 120만정씩으로 이번에 식약청과 한국화이자가 수거한 물량은 코프렐 23만여정, 카두라 15만여정으로 나머지는 유통 과정에 있거나 환자들이 이미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식약청은 전국의 약국과 의약품도매상, 병·의원 등에 공문을 보내 코프렐과 카두라를 판매할 때 서로 섞인 약이 발견되면 신고하도록 요청했다.
식약청은 "두 약의 주성분이 다르긴 하지만 다른 약을 먹은 뒤 부작용이 일어난 사례는 아직 신고되지 않았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화이자가 생산, 판매하고 있는 35개 전 제품을 걷어 검사했으나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화이자측은 "코프렐과 카두라가 모양과 크기 색깔이 거의 똑같아 검사를 마친 일부 알약을 실수로 서로 다른 용기에 집어넣은 것 같다"며 "4월부터는 검사에 사용된 알약들은 다시 포장하지 않고 모두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또 "한국화이자에서 만든 약 중 겉모양이 같은 것은 코프렐과 카두라 2종류 뿐으로 다른 약에서는 이런 문제가 일어날 수 없다"며 "코프렐과 카두라도 1월까지는 색깔이 달랐기 때문에 서로 섞였을 리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식약청은 이번에 회수한 코프렐과 카두라를 모두 폐기 처분하고 이번에 문제가 된 한국화이자의 제품들에 대해서는 제조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이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