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탁상행정 언제까지 할 건가

  • 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37분


교육당국의 탁상행정이 도무지 끝이 없다. 이번에는 과외신고제다. 과외강사들에게 신고를 의무화한 이 제도는 고액과외를 줄이고 과외강사들로부터 소득에 따른 세금을 징수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는 과외강사 가운데 신고를 마친 사람은 3만여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소액과외 강사들이 대부분이고 막상 신고를 해야 할 몇 백만원짜리 고액과외 강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더구나 미신고자 단속실적이 전국적으로 117명에 그쳤다는 것은 처음부터 단속의지가 없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7월 제도를 도입할 당시 경찰청 국세청 교육청을 동원해 합동단속을 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으나 결국 엄포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얼마 안 되는 단속인력으로 은밀히 이뤄지는 미신고 과외를 단속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제도의 현실적 한계는 누구보다도 과외강사들이 더 잘 알고 있었을 터이니 출발부터 잡을 수 없는 그물로 고기를 잡으려 했던 것과 다름없다.

과외신고제는 2년 전 헌법재판소가 ‘정부가 과외를 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 직접적인 도입의 계기가 됐다. 교육당국은 이 결정에 따라 과외단속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자 고액과외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해 신고제를 도입한 것이다. 하지만 고액과외 강사들은 이 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철저히 신고를 외면했고 결국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고 말았다. 교육당국은 이 같은 면책용 행정으로 교육제도를 국민의 웃음거리로 만든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교육 분야의 탁상행정은 이 밖에도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최근의 사례만 해도 교사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학생체벌 지침과 학교 운동장을 온통 공사판으로 만든 학급당 학생수 줄이기 사업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교육에 대한 불신은 높아가고 공교육은 속으로 멍들고 있다. 어떻게 해야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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