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해지역 누비는 '탤런트 구조대원' 정동남씨 7일째 자원봉사

  • 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37분


“재해 현장에 출동할 때마다 우리나라의 구조구급 시스템을 크게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상 최악의 침수피해를 본 경남 김해시 한림면에서 일주일째 구조 및 복구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구조연합회장 정동남(鄭東南·52·사진)씨는 연일 거친 일을 하느라 파김치가 돼 있다.

‘점박이’로 잘 알려진 인기 탤런트이자 대표적 민간구조대원인 정씨는 13일 이후 경기남부본부장 최웅수(崔雄秀·34)씨 등 대원 20여명과 보트 4대를 동원해 침수 현장에서 의욕적인 활동을 해왔다.

실신상태의 주민들을 후송하고 골절상을 입은 30대 남자도 구조했다. 보트를 이용해 구호물자의 수송도 도맡았다. 그러면서 다른 민간단체 보트에 대한 ‘지휘권’도 일부 떠맡았다.

특히 정씨는 지명도를 활용해 극심한 피해로 격앙돼 있는 주민들의 정서를 누그러뜨리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중앙부처 관계자나 언론인의 접근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주민들을 설득했고 특유의 너스레로 시름 속에서 웃음을 엮어내기도 했다.

그는 “재난 현장에서 민과 관, 군 등을 통합 관리하는 공조체제가 미흡할 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를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도 있다”며 통합 구조시스템의 부재를 아쉬워했다.

165㎝ 키에 체중이 88㎏인 정씨는 각종 무술의 공인 단수를 합치면 20단이 넘는다. 유엔이 지정한 네덜란드 국제구급구조 교육전문기관(ICET) 지도자 교육을 이수했고 특수부대 교관도 지냈다.

요즘은 본업보다 재해현장에서 뛰느라 수입도 변변치 않지만 국민훈장 동백장과 ‘좋은 한국인’ 대상, 미국 연방교통안전국(NTSB) 표창 등을 더 자랑스러워한다.

김해〓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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