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출신 사업가 황필상씨, 모교 아주대에 215억 기증

  • 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37분


팔순의 실향민이 불우이웃을 위해 270억원을 쾌척한 데 이어 교수 출신인 한 사업가가 시가 200억원에 이르는 자신의 회사주식과 현금 15억원 등을 모교에 기증해 화제다.

생활정보지인 ㈜수원교차로 창업자인 황필상(黃泌相·55·사진)씨는 19일 오후 경기 수원시의 아주대를 방문해 회사 주식의 90%인 12만주(시가 200억원)와 현금 15억원을 오명(吳明) 총장에게 전달했다.

황씨는 “오늘의 내가 있도록 해준 아주대에 감사한다”며 “앞으로 더 벌어들이는 재산이 있다면 그것도 사회에 환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황씨는 이어 “변변치 못한 일이 과대 포장되는 것 같아 부끄럽다”고 말했다.

아주대는 ‘황필상 아주장학재단’을 설립해 수원교차로에서 얻는 수익금을 학교발전기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황씨도 학교측의 부탁에 따라 회사 경영에 계속 참여할 예정이다.

황씨는 경북 예천에서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나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서울의 성동고를 졸업한 뒤 서울 청계천 등에서 우유배달과 막노동 등을 하며 한때 어렵게 생활했다.

뒤늦게 학업의 소중함을 깨닫고 26세 때인 1973년 아주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학교측의 지원으로 프랑스 국립과학응용연구소에서 국비 장학생으로 공부하며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4년 귀국한 후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1년부터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수원교차로를 설립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평소에도 아내와 미혼인 두 딸에게 ‘나눔의 삶’이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해왔는데 가족도 그의 이번 결정에 환영의 뜻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아이들에게 ‘유산은 주머니에 남는 게 아니라 머리와 가슴에 남는 것’이라고 가르쳐왔다”고 말했다.

그는 아주대병원이 설립된 뒤인 1994년 아내와 함께 사후 시신을 기증하겠다는 서약서를 제출하는 등 남다른 모교사랑을 실천해왔다.

수원〓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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