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최용택/강바닥 파내 수해 막자

  • 입력 2002년 8월 19일 18시 42분


우리나라의 연평균 강우량은 1274㎜로 추정된다. 계절별로는 여름철(6∼9월) 강우량이 연중 강우량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며 때때로 집중호우가 내린다. 이런 강우 현상은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다.

20세기 전반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에는 제방이 없거나 극히 낮았으며, 강 하천은 골짜기형으로 매우 깊었다. 그래서 호우 때 수위가 다소 높아도 저지대 일부 농경지나 주택지만 침수되었다. 또 갈수기 강 하천은 수심이 깊어 화물(생필품)을 실은 배가 내륙(전곡 춘천 단양 신탄진 안동 등) 깊숙이 분주하게 왕래했다.

당시 큰 댐이 없었으나 갈수기에도 많은 물이 흐른 것은, 강 하천이 골짜기형 구조로 되어 있어 강바닥이 지하수 수위보다 월등히 낮았고 많은 지하수(남한 지하수 부존량 약 1조5000억t)가 강 하천에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림 파괴로 1950년대 이후 민둥산이 많이 생기면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각종 개발사업으로 호우 때 흘러내린 토사가 쌓이면서 강바닥이 주변 농경지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높아졌다. 그 결과 지금은 비가 조금만 내려도 강물 수위가 주변 농경지보다 높아 빗물이 하수구를 통해 역류한다. 또 집중호우 시에는 강물의 수위가 주변지대보다 월등히 높아져 저지대 농경지와 주택지는 물론이고, 도로 교량 철도 등이 자주 침수되고 있다.

또 갈수기 지하에는 많은 물이 있으나 지하수 수위보다 강바닥이 높아 지하수가 강으로 모이지 않고 오히려 지하로 많은 물이 침투되어 강이나 하천은 말라가고 있다. 다목적댐의건설로 저수량이 약 120억t으로 확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심한 물 고갈로 하천은 건천(乾川)화되어 가고 강은 실개천으로 변하고 있다. 더구나 강 하천이 물 고갈로 자정능력을 상실하는 바람에 수질 악화, 시궁창 증가 등의 문제까지 낳고 있는 실정이다. 강 하천의 구조를 바꾸지 않고 시설 확대만으로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수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토사로 메워진 강과 하천의 하구에서 상류(선상지)까지 퇴적 토사를 준설, 굴착, 골재 채취 등의 방법으로 들어내어 본래의 골짜기형 구조로 회생시켜야 한다. 골짜기형 구조로 강 하천이 회생되면 호우 때에도 수위가 훨씬 낮아져 수해 피해가 최소화될 것이다.

우리 강 하천이 골짜기형이 되면 수해와 수량 부족, 수질 악화 등 대부분의 물 문제가 더욱 근본적이고 경제적으로 해결될 것이다. 물 부족 시의 댐 건설, 수질 악화 시의 정화 확대, 수돗물 파동 시의 고도정수 등 현재 추진되고 있는 갖가지 물 대책이 과연 근본적이고 경제적인 정책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최용택 물정책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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