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하남시 주민 704명이 하남시 도시개발공사의 설립과 운영 등에 관한 비리의혹을 밝혀내기 위한 ‘주민감사청구’를 요구한 끝에 도의 특별감사를 이끌어 내는 데 성공했다.
22일 경기도는 “하남시민의 ‘주민감사청구’를 받아들여 하남시 도시개발공사에 대해 특별감사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는 60일 내에 감사를 마치고 그 결과를 관보에 게재하게 된다.
‘주민감사청구’ 제도는 일정 비율 이상의 주민 발의로 부당한 행정 행위에 대해 상급기관에 감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2000년 3월에 시행된 지방자치법에 그 근거가 마련돼 있다.
▽의혹〓하남시는 2000년 8월 하남시 신장동 일대 3만3603평(총 1607가구)의 신장2택지개발지구 사업을 위해 도시개발공사를 설립했다. 시는 자본금 60억원 중 51%인 30억6000만원을 투자했고 민간기업인 W사는 49%인 29억4000만원을 댔다. 그 후 운영자금 695억원은 개발공사와 시가 모두 부담했는데도 최소 300억원으로 예상되는 수익금의 49%를 투자자본 비율만 따져 W사에 지급하는 것은 명백한 특혜라는 것. 29억여원을 투자했을 뿐인 W사가 150억여원을 가져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주민의 주장이다.
또 W사는 도시개발공사가 설립되기 1년여전 택지개발지구 일대의 땅 1만7000여평을 집중 매입했는데 이는 ‘택지개발지구 내 토지를 많이 소유한 자’가 민간사업자로 선정된다는 정보를 미리 알았기 때문일 것이란 의혹도 제기됐다.
W사는 또 사들인 땅을 도시개발공사에 미등기 상태에서 되팔며 취득세를 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남시는 문제가 불거지자 W사측에 10억6000만원의 중과세 처분을 내렸다.
▽주민의 힘〓‘하남 민주연대’(대표 최배근·45·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4월말부터 한달여 동안 퇴근시간에 맞추어 거리에서 서명을 받는 방법으로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들은 담당 공무원과 개발예정지의 주민, 토지 소유주를 만나 확인한 끝에 의혹을 상당 수준까지 밝혀냈다.
최 교수는 “자치단체 행정에 의혹이 있는 것을 보고 그냥 넘어갈 수 없어 직접 나서게 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시정을 철저히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 행정학과 최흥석(崔興碩·41) 교수는 “주민이 농성이나 집단 민원이 아니라 제도를 통해 행정을 감시하게 된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라면서 “이 같은 사례야말로 지방자치 구현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해명〓하남시 도시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민간기업투자는 공사 설립에 관한 조례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며 “운영비 중 일부를 자본금으로 전환해 W사에 돌아갈 이익금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교범(李敎範) 하남시장은 “취임 전에 생긴 일이나 주민 의견을 검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 “진행 중인 택지개발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장 2택지개발 관련 일지>
▲95년 8월 = 하남시 신장동 일대 3만 3000여평 택지지구로 지정
▲98년 6월 = 택지개발계획 승인
▲99년 2~3월 = W사, 택지지구 내 토지 1만 7000여평 매입
▲2000년 8월 = 하남시와 W사, 공동투자해 도시개발공사 설립
▲2002년 4월 = 분양개시, 공사측 해명 미흡하자 주민들 거리서명 돌입
▲2002년 7월 = 주민, 경기도에 '주민감사청구'접수
수원〓이동영기자 arg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