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우먼' 박숙자할머니 고교졸업 40년만에 대학졸업

  • 입력 2002년 8월 23일 18시 02분


평생 봉사활동을 해온 60대 할머니가 여고졸업 43년 만에 꿈에 그리던 학사모를 썼다.

대전 서구 삼천동의 박숙자(朴淑子·61·사진)씨는 23일 열린 대전 목원대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어린 학우들의 축하 속에 졸업장을 받았다.

그의 별명은 ‘봉사우먼’. 1959년 가정형편 때문에 여고를 졸업한 뒤 진학을 포기했지만 이듬해부터 적십자사 회원이 돼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섰다.

당시 봉사활동은 큰 의지가 필요했다. 대부분 형편이 어려워 봉사활동 참여가 쉽지 않았고 봉사단체도 재정이 빈약해 회원들에게 시간뿐만 아니라 많은 노동까지 요구했기 때문.

“불우시설에 음식이나 의류를 제공하려면 재료를 사다 직접 만들어야 했어요. 적십자사 대전충남지사에는 15대의 재봉틀이 마련돼 있었지요.”

박씨의 공식 봉사경력은 1만시간을 넘는다. 그는 대한적십자사봉사회 전국부의장까지 지내면서 탁월한 지도력까지 발휘해 자치단체와 정부로부터 ‘아동복지증진 기여공로상’ ‘인도주의사업 기여 표창’ ‘자원봉사 공로상’ 등 13개의 표창을 받았다.

그는 봉사체험을 이론적으로 정립해 보고싶어 99년 목원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석사와 박사과정에 다니는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공부에 매진했다. 그 결과 평점 4.11(4.50 만점)로 7학기 조기 졸업의 영광까지 안았다.

대학측은 박씨가 혼자 사는 노인과 장애인들을 돕는 학교행사에서도 적극적인 봉사활동을 펼친 점을 높이 사 졸업장과 함께 ‘공로상’도 수여했다.

그는 “늦깎이 공부를 잘 마칠 수 있도록 도와준 어린 학우들이 고맙다”며 “체계적인 현장 봉사활동과 후배봉사자 양성을 위해 그동안 배운 봉사이론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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