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교전 전사자 조천형(趙天衡) 상사의 부인 강정순씨(29)가 정부에서 받은 보상금 중 535만원을 사기당했다는 소식(본보 22일자 A31면 보도)이 전해진 당일 서울에 있는 한 무역회사 사장의 비서라는 사람이 동아일보로 전화를 걸어왔다.“사장님께서 동아일보를 통해 강씨의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라고 개탄하며 강씨를 도울 방법을 강구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강씨의 계좌번호를 좀 부탁합니다.”
이 회사의 사장은 23일 약속대로 사기 당한 금액에 상응하는 500만원을 강씨 계좌로 입금했다.
하지만 이 비서는 “언론에는 물론 강씨에게조차 절대로 신원을 알리지 말라는 사장님의 간곡하고도 단호한 당부가 있었다”며 끝내 회사와 사장의 이름을 밝히지 않았다.
이 회사 사장은 대학을 나온 뒤 일반 회사에 다니다 서울에서 무역회사를 차려 중소기업 이상의 규모로 키운 자수성가형 사업가로만 알려졌다.
강씨는 “사기를 당했을 때는 앞이 막막했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고 보니 위안을 느낀다”며 “연락처를 알 수 없으니 동아일보가 대신 ‘아이를 위해 잘 쓰겠다’는 감사인사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강씨는 처음에는 “돈을 함부로 받을 수는 없다”며 사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는 별도로 22일에도 강씨에게 ‘익명의 온정’이 답지해 세상이 결코 메마르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자신의 신원을 알리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다는 50대가량의 한 남자는 “서해교전 직후 도움을 주고 싶었지만 바쁜 일로 잠시 잊었는데 이번에 신문에서 안타까운 사연을 접해 돕기로 결심했다”며 사기 피해액인 535만원을 강씨에게 송금했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중인 대전 중부경찰서는 강씨가 아파트 취득세와 등록세 등 명목으로 송금한 계좌에 돈이 오고간 흔적이 많아 유사한 피해 사례가 적지 않으며, 대규모 사기조직의 소행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 수사 결과 문제의 계좌는 이모씨(67·여)의 실명 계좌로 이씨도 모르게 도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해군 "유가족에 1억3000만원씩 추가 지급"▼
6·29 서해교전 전사자 유가족 및 부상장병들에게 추가 성금 11억여원이 전달됐다.
해군은 23일 “전사자 4명의 유가족에게는 1억3000만원씩을 추가로 지급했다”며 “부상 장병들에게는 치료경과와 앞으로 후유증을 고려해 차등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성금 모금에는 육해공군 장병은 물론 정부 기관, 언론사, 기업, 예비역 군인단체, 학교 등 모두 516개 단체 3032명이 참여했다.
해군은 지난달 16일 1차 성금 23억여원을 유가족 등에 전달한 바 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