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번호 빼내 180여억원 챙겨

  • 입력 2002년 8월 23일 18시 45분


대구지검 형사2부는 호텔과 콘도 등을 예약할 때 할인 혜택을 해준다고 속여 신용카드 번호를 알아낸 뒤 회원 가입비 명목으로 180여억원을 챙긴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23일 권모(33·대구 달서구), 배모씨(35·대구 동구) 등 4명을 구속 기소하고 김모씨(39)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권씨는 2000년 초 대구 중구 대봉동에 사무실을 차려 놓고 최근까지 고용한 여성전화모집원 수십명을 이용해 무작위로 시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콘도와 호텔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을 받게 해 주겠다'고 속여 회원 가입을 권유했다.

권씨는 이어 가입을 희망하는 전화응답자들을 대상으로 '신용조회에 필요하다'며 신용카드 번호를 알아낸 뒤 고객 1명당 계좌에서 40만∼60만원을 빼내는 수법으로 회원 2만4700여명으로부터 모두 120억여원을 챙긴 혐의다.

또 배씨도 권씨와 같은 수법으로 1만2300명으로부터 57억원을 가로챘고 구속된 나머지 2명과 불구속된 김씨는 각각 8000만∼5억90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최근 업체와 신용카드 회사간의 협약에 의해 카드 사용자의 서명 없이 개인의 신용카드 번호만 알면 카드사를 통해 회원 가입비를 받아낼 수 있도록 관련 법규가 바뀐 점을 이용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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