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런 환경영향평가 왜 하나

  • 입력 2002년 8월 23일 18시 45분


난개발로부터 국토를 지키기 위한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요식행위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감사원에 따르면 중앙부처와 정부투자기관 할 것 없이 걸핏하면 환경영향평가를 위반해 왔다고 한다. 누구보다 환경보호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이에 역행해온 셈이다.

감사원 조사에서 밝혀진 위반 사례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과 한국도로공사는 환경영향평가를 아예 거치지 않거나 협의절차를 마치기도 전에 착공했다가 적발됐고 평가서를 엉터리로 작성한 대행사도 있다. 환경부의 경우는 더욱 한심하다. 평가서 내용이 미흡한데도 보완 요구를 하지 않거나 전문성이 부족해 터무니없는 의견을 낸 일도 있었다고 한다.

시화호 실패에서 보듯이 환경은 한 번 파괴되면 원상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20년 전 도입된 환경영향평가제도는 개발사업이 환경에 미칠 영향을 예측해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도다. 특히 우리처럼 인구는 많고 국토가 좁은 나라의 경우 환경영향평가제도는 더욱 엄격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공공기관부터 이 제도를 무시하고 귀찮은 요식행위쯤으로 여기고 있으니 걱정이다. 2000년 한 해만도 환경영향평가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공공사업장이 40% 가까이 될 정도다.

환경영향평가제도가 이처럼 있으나마나한 제도로 전락한 데는 뿌리깊은 개발 우선 논리 탓도 있지만 환경부의 관리감독 체제가 미흡한 데다 위반시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환경영향평가서를 엉터리로 작성하더라도 행정처분이 고작이고 사업자가 평가 결과대로 이행하지 않더라도 검찰 고발 외에는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으니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이런 마당에 누가 환경영향평가 협의내용을 지키려고 하겠는가.

무엇보다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또 협의내용 이행 여부를 감시하는 시스템과 제재수위도 높여야 한다. 환경영향평가가 ‘환경파괴의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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