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몰래 딴 복권당첨금도 이혼시 나눠줘야"

  • 입력 2002년 8월 26일 14시 36분


배우자가 몰랐던 복권 당첨금도 이혼할 때는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지체장애 3급으로 아내에게 생계비를 의존해온 김모씨(38)는 2000년 9월 복권 2장이 한꺼번에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다. 1등과 2등짜리 복권 당첨금은 세금을 제외하고도 무려 6억2000여만원.

경제적 무능력과 장애인이라는 약점 때문에 부부싸움이 잦았던 김씨는 아내 박모씨(38)에게 이 사실을 숨겼다. 대신 여동생과 어머니에게 일부를 떼어주고 당첨금을 마음대로 사용하면서 박씨를 무시하기 시작했다. 넉 달 뒤에야 친척을 통해 당첨 소식을 듣고 경위를 추궁하는 박씨에게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배신감을 느낀 박씨는 결국 1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집을 나와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냈다. 김씨는 "하늘에서 내려준 특정재산을 이혼할 아내에게 나눠줘야 할 이유가 없다"며 맞섰다.

부산지법은 3월 이혼판결과 함께 "아내도 복권 당첨금의 3분의 1을 얻을 권리가 있다"며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복권 당첨금이 비록 두 사람의 노력에 의해 얻은 것으로 볼 수 없더라도 혼인 중에 얻은 재산인 만큼 부부 공동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것.

항소심을 맡은 부산고법 가사1부도 23일 "박씨가 남편을 대신해 파출부 일과 막노동 등으로 생계를 유지해온 점 등에 비춰볼 때 김씨에게만 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은 정의 관념 및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같은 취지로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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