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고졸학력 검정고시에 최고령으로 합격한 김정순(金貞順·전남 순천시 해룡면·사진)씨는 “별 일도 아닌데…”라며 주위의 축하에 겸손해하면서도 배우겠다는 의지만은 감추지 않았다.
1945년 전남 광양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한 김씨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중학교에 진학하지 못하고 집안 일을 돕다가 21세 때 결혼했다.
교직에 있던 남편을 뒷바라지하고 자식들을 성공적으로 키우는 등 집안 일에 헌신적이었지만 늘 많이 배우지 못했다는 자격지심 때문에 가슴이 답답했다는 것.
“어렸을 때는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더라고요. 앞을 볼 수는 있지만 세상에 모르는 것이 너무 많으니 까막눈이나 다름없어요.”
어머니의 이런 심정을 지켜본 아들(49·의사)이 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에 대한 신문 기사를 오려 보여주면서 “어머니도 한번 해 보세요”라고 권유하는 바람에 3년 전 어렵게 공부를 결심했다.
김씨는 학원에서 손자뻘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다른 것은 웬만큼 따라갈 수 있었으나 영어는 좀처럼 실력이 늘지 않아 고생했다. 그러나 곁에서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는 남편이 큰 힘이 됐다. 4월 고입자격 검정고시 합격에 이어 4개월 만에 고졸자격 검정고시까지 합격했다.
김씨는 “시험에 떨어질까봐 긴장한 탓인지 요즘 몸이 쇠약해져 걱정”이라며 “건강만 허락하면 한국방송통신대에 진학해 어렸을 때 관심이 많았던 문학을 전공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