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조사 주체가 청와대 하명(下命)사건을 주로 맡는 경찰청 특수수사과라는 점에서 그의 정치성향을 문제삼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경찰도 어제 “대통령민정수석실로부터 ‘공무상비밀누설 및 개인비리 첩보’를 넘겨받아 내사를 하고 있으며 경찰청이 자체 입수한 인사 예산 등 개인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이 정부의 문건을 특정정당에 제공했다는 자체는 문건의 종류와 보는 시각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총리실로부터 문서전달경위에 대한 조사를 받은 이후 곧바로 뒷조사가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경찰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문서전달이 없었다면 정부가 개인비리혐의 등을 조사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그 문건은 비밀문건도 아니다. 근현대사 교과서가 현 정부에 편향적으로 기술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뒤 교육부가 보도경위 조치계획 등을 담아 작성한 것으로 국회의원이면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는 지난 주말 결국 사표를 내고 말았는데 이것이 청와대의 당초 의도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공직자에 비리혐의가 있다면 당연히 조사해야겠지만 야당에 대한 자료제공을 문제삼아 ‘뒤 좀 캐보라’ 하는 식이라면 이는 경찰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국가권력의 횡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청와대와 연결된 경찰의 특수수사과가 대통령친인척비리 척결 등 당연히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못 하면서 정권에 미운털 박힌 사람들의 뒷조사에만 몰두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일이 김 전 원장 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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