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육평가원장 뒷조사 옹졸하다

  • 입력 2002년 8월 26일 18시 30분


경찰의 김성동(金成東) 전 한국교육평가원장에 대한 집중내사가 표적수사 시비를 빚고 있다. 김 전 원장은 얼마 전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의 전·현 정부에 대한 편향적 기술 논란과 관련한 교육인적자원부의 언론보도 대책문건을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공해 정권에 ‘미운털’이 박힌 사람이다.

특히 조사 주체가 청와대 하명(下命)사건을 주로 맡는 경찰청 특수수사과라는 점에서 그의 정치성향을 문제삼은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을 떨칠 수 없다. 경찰도 어제 “대통령민정수석실로부터 ‘공무상비밀누설 및 개인비리 첩보’를 넘겨받아 내사를 하고 있으며 경찰청이 자체 입수한 인사 예산 등 개인비리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김 전 원장이 정부의 문건을 특정정당에 제공했다는 자체는 문건의 종류와 보는 시각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총리실로부터 문서전달경위에 대한 조사를 받은 이후 곧바로 뒷조사가 본격화됐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경찰이 순수하지 못하다는 오해를 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문서전달이 없었다면 정부가 개인비리혐의 등을 조사했을지 의문이다.

더욱이 그 문건은 비밀문건도 아니다. 근현대사 교과서가 현 정부에 편향적으로 기술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온 뒤 교육부가 보도경위 조치계획 등을 담아 작성한 것으로 국회의원이면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는 지난 주말 결국 사표를 내고 말았는데 이것이 청와대의 당초 의도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다.

공직자에 비리혐의가 있다면 당연히 조사해야겠지만 야당에 대한 자료제공을 문제삼아 ‘뒤 좀 캐보라’ 하는 식이라면 이는 경찰국가에서나 있을 수 있는 국가권력의 횡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청와대와 연결된 경찰의 특수수사과가 대통령친인척비리 척결 등 당연히 해야 할 일은 제대로 못 하면서 정권에 미운털 박힌 사람들의 뒷조사에만 몰두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은 곤란하다. 이런 일이 김 전 원장 한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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