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수의학과 서상희(徐相熙·37·사진) 교수는 이 바이러스가 인터페론과 튜머뇌쿠로시스펙터(TNF-a) 등 인체 내의 면역기능을 무력화시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돼지를 숙주로 한 연구실험 결과를 통해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그동안 독감 바이러스 연구자들은 인체 내 면역기능을 활용해 이 바이러스를 제압하는 방안의 연구에만 골몰해 왔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 박사의 논문 ‘홍콩 조류독감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억제작용을 피할 수 있다’는 영국에서 발행되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 메디신’ 9월호(인터넷판은 26일 저녁부터 게재)에 실릴 예정이다.
문제의 바이러스는 1997년부터 홍콩에서 나타나 매년 100만마리 이상의 닭과 오리의 집단 폐사를 가져오고 있다. 발병 즉시 도살처분하는 지금과는 달리 발병 원인을 몰라 한동안 방치했던 97년에는 사람도 18명이 감염돼 이 중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바이러스는 다른 조류 바이러스와는 달리 별도의 매개체 없이 사람에게 직접 감염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홍콩의 닭과 오리는 대부분 중국에서 공급되고 있어 한국도 이 바이러스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 보건원은 이 바이러스가 워낙 치명적인 데다 변형을 일으켜 광범위하게 퍼질 경우 전세계적 전염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보고 최근 ‘생화학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병원체’로 분류했다.
서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홍콩 조류 독감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정복되지 않았거나 앞으로 새로 나타날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억압 제재를 만드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대전〓지명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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