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교육부는 현 정권에 대해서는 평가나 가치 판단을 유보하고 객관적 자료만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정부 출범 사실이라든가 국정지표 정도만을 교과서에 기술한다는 것이다. 그대로 될지도 의문이지만 이렇게까지 옹색한 방법으로 현 정부를 기술 대상에 꼭 포함시킬 이유가 있는지 회의가 앞선다.
역사교과서에 현 정부를 다뤄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학생들에게 현대사의 흐름을 중단 없이 이해하도록 하자는 것일 터인데 이 정도의 단편적 자료로 얼마나 성과가 있을지도 부정적이다. 그 ‘객관적인 자료’라는 것이 혹시라도 정권 홍보용으로 이용될 소지는 없는지, 얼마나 학문적 객관성을 지닐지도 의문이다. 역사교과서의 집필이 끝나고 책으로 나오기까지는 1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역사적 상황은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역사교과서가 편찬 시스템상 이 같은 시간차를 극복하기 어렵다면 현 정권에 대한 기술은 피하는 것이 정도(正道)다.
근현대사는 19세기 후반부터 현대까지를 서술 대상으로 잡는 만큼 현 정권에 대한 부분이 빠지더라도 전체적인 윤곽을 잡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한 시기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내리려면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한다. 역사 앞에 겸허하기 위해서도 당대 평가를 미루는 역사서술의 대원칙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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