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서울 4개신도시 추진/배경과 논란]

  • 입력 2002년 9월 3일 18시 22분


사회문제화되고 있는 집값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도시 건설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3일 경기도는 2020년까지 서울 외곽 4곳에 1470만평 규모의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재정경제부도 신도시개발계획이 구체화되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도 올해 제시된 세제 개편과 세원 관리 강화, 아파트 재건축 규제 등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며 신도시 건설의 불가피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건설교통부는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서울 인근에 신도시를 개발하면 서울이 더욱 비대해져 국토 균형 발전이 어려운 데다 신도시 후보지가 대부분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어서 환경훼손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왜 신도시인가〓‘신도시 건설론’이 힘을 얻는 것은 주택시장 문제가 공급 부족에 따른 수급 불균형에 근본 원인이 있음을 의미한다.

올 들어 제시된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세제개편와 세원관리 강화, 아파트 재건축 규제 등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6월 말 현재 서울 집값은 연초보다 17.6%나 뛰었다.

8월 9일에도 정부가 올 들어 세 번째인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했지만 서울의 아파트값은 한 달 동안 3.68%나 올랐다. 7월 상승률보다 1.7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르면서 ‘분당 등 5개 신도시를 포함한 200만가구 주택 공급’이라는 극약 처방이 나왔던 89년 상반기와 비슷하다.

당시에도 분양권 전매 제한과 토지공개념 등 각종 대책을 제시했지만 집값을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상반기에만 서울에서 17.6% 오른 것. 이후 집값 오름세는 서울에서 전국으로 퍼지면서 이듬해인 90년의 전국 아파트값이 한 해 동안 무려 32.2%나 폭등했다.

하지만 200만가구 공급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서울의 집값이 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92년부터 안정세로 돌아선 것.

이건영(李建榮) 한국건설산업연구원장도 “국세청 세무조사나 건교부와 서울시의 재건축 규제 강화 등은 집값을 진정시키기 위한 근본 대책이 못된다”며 “80년대 말 집값 파동을 신도시 건설로 막았듯이 체계적인 계획에 따라 서울의 기능을 분산시킬 수 있는 신도시 추가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거론되고 있는 신도시〓현재까지 거론되는 신도시 후보지는 경기도가 ‘제2의 강남’으로 개발하겠다는 4개 신도시 이외에도 △성남 서울공항부지 △김포 매립지 주변 △김포공항 주변인 마곡지구 △서울공항 인근의 문정지구 등이 있다.

청계산을 중심으로 위치한 4개 신도시는 동그라미 형태로 개발돼 강남의 주택 수요를 흡수하는 게 목표. 인구 7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 24만가구를 건설한다는 게 경기도의 계획이다.

서울공항 부지는 인천공항 개항으로 수요가 많이 줄어든 김포공항으로 서울공항의 기능을 이전할 경우 생기는 부지를 이용해 신도시를 만들자는 계획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 있는 유일한 군(軍) 전용 공항이어서 국방부가 이전을 꺼리고 있어 성사 여부는 미지수.

김포매립지 주변은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동북아 물류 중심지 건설 계획’과 맥이 닿고 있어 신도시로 개발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서울 강남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강남지역에 집중된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마곡과 문정지구는 서울에 남아 있는 마지막 미개발지. 특히 마곡지구는 서울의 균형적인 발전 측면에서 이상적인 신도시 개발지로 꼽히고 있다. 인근에 있는 김포매립지나 김포공항 등과 연계해 개발하면 강남을 능가하는 주거단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서울시가 도시 기본계획으로 2011년까지 ‘개발 유보지’로 남겨두겠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어 조기 개발 가능성은 크지 않은 편이다.

▽신도시 개발론의 선결과제〓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 대부분이 녹지이거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다. 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바꿔야 하는 데다 환경훼손을 우려하는 환경단체나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난항이 우려된다.

해당 지역 대부분이 인구나 각종 시설의 수도권 집중을 막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는 과밀억제권역으로 묶여있는 것도 걸림돌. 무리해서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면 다른 사업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정부가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겨왔던 수도권 억제 정책과 상충하는 것도 정부가 선뜻 신도시 개발에 나설 수 없게 하는 요인이다.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정창무(鄭昌武) 교수도 “5개 신도시는 일시적인 집값 안정에는 기여했지만 자족기능이 갖춰지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수도권 집중을 심화시켰다”며 “서울 주변에 대규모 신도시가 또 조성된다면 서울의 주거여건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고기정기자 koh@donga.com

◆경기도 야심찬 개발계획=경기도가 3일 공개한 ‘대도시권 성장관리 방안’의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 방안의 핵심은 서울을 중심으로 경부축과 서해안축, 북부축, 동부축 등 4개 개발축으로 나눠 대규모 자족형 도시를 만든다는 것.

경기도는 이 가운데 우선 2020년까지 14조5000여억원을 들여 청계산을 중심으로 1480만평 규모의 4개 신도시를 개발해 ‘제2의 강남’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는 서울 강남(1200만평) 서초구(1420만평)보다 큰 규모다.

경기도는 여기에서 예상되는 개발이익금 20조원을 재투자해 4개 신도시를 연결하는 순환철도(43㎞) 경부우회고속도로(87㎞) 고속화도로 7개 노선(100㎞)을 각각 건설할 계획이다.

또 아파트 공급가격을 강남 서초보다 싼 평당 900만원 선으로 매겨 최대한 강남권 수요자를 최대한 끌어들일 방침. 이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경기도는 △경부축에는 업무 금융신도시를 △서해안축에는 고속철도역세권 및 서해안 연결도시를 △북부축에는 통일대비 신도시를 △동북축에는 생태신도시를 각각 조성할 방침이다.

또 축별 신도시의 예상 개발이익금 50조∼100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해 직장과 교육 교통이 완비된 자족도시로 가꿔 나갈 계획이다.

한현규(韓鉉珪) 경기도 정무부지사는 “이 같은 마스터플랜은 경기도 일대에서 추진되는 마구잡이 신도시 개발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며 “정부측과 협의해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아파트 재산세인상 약효있을까=정부가 부동산투기를 막기 위해 마련한 세제 대책이 제대로 먹힐지 의문이다.

3일 재정경제부와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정부가 마련한 세제대책은 대표적인 보유세인 재산세의 과세표준(과표)을 올리는 방안과, 양도소득세의 각종 비과세 공제혜택을 줄이는 방안으로 압축된다.

우선 현행 재산세 과표의 가장 큰 문제는 시세의 10∼30%에 불과할 뿐 아니라 지역별 땅값 수준의 차이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강남구 A아파트 34평형과 경남 마산시 B아파트 92평형을 예로 들어보자.

A아파트의 시가는 약 5억9000만원으로, 4억3000만원가량인 B아파트보다 1억6000만원 비싸다. 그런데도 양도세 등을 낼 때 기준이 되는 국세청 기준시가는 A아파트가 3억5000만원으로 B아파트보다 900만원이나 적다. 양도세는 그렇다 치자.

재산세는 A아파트가 4만원을 조금 넘는다. 이에 비해 B아파트는 50배 가까운 207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재산세가 어처구니없이 매겨지는 이유는 과세표준인 시가표준액 산출공식(기준가액×용도지수×구조지수×위치지수×잔가율×㎡×가감산특례)의 비합리성 때문.

공식에서 해당 아파트가 어느 지역에 있느냐를 반영할 수 있는 것은 위치지수인데, 위치지수의 범위가 80∼130%에 불과해 과표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 즉 최고 비싼 땅에 있는 아파트와 가장 싼 땅에 있는 아파트간의 과표 차이가 50%에 불과한 셈.

이에 비해 주거용 땅의 공시지가는 전국 최고가가 290만원으로 최저가 400원의 7250배에 이른다.

행자부의 대책은 공식의 수치를 일부 손질하겠다는 내용이지만, 그 정도로 부동산투기가 수그러들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행자부는 초기 부처간 협의단계에서 시가가 6억원에 가까운 서울 강남구 모아파트의 재산세를 4만2000원에서 4만2800원으로 800원 올리겠다는 안을 내놓았을 정도로 재산세 인상에 미온적이다. 따라서 행자부의 중장기 대책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재경부가 마련한 양도세 강화 대책은 공급이 절대 부족한 한국 부동산 시장의 특성상 제대로 효과를 낼 수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양도세를 중(重)과세해도 매도자들이 매입자에게 세금부담을 떠넘기기 때문이다. 재경부는 1가구 1주택 비과세 요건인 ‘3년 이상 보유’를 ‘3년 이상 거주’로 바꿔도 실제 거주 여부를 확인한다는 것이 쉽지 않고, 국민만 번거로워질 가능성이 크다. 또 기간을 3년에서 4, 5년으로 늘리면 소유자들이 3년 지나면 팔 아파트를 4, 5년씩 붙들고 있어 공급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나타난다.

재산세 비교(자료:국세청, 지방자치단체)
구분서울 강남구 A아파트(34평형)경남 B아파트(92평형)
시가약 5억9000만원약 4억3000만원
국세청 기준시가3억5000만원3억5900만원
공시지가(㎡ 당)215만원49만9000원
시가표준액 위치지수110%88%
재산세4만여원207만여원

김광현기자 kkh@donga.com 천광암기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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