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청 안전점검 부실]교각상태 눈으로 대충 본뒤 "이상무"

  • 입력 2002년 9월 3일 18시 46분


3일 철도청이 밝힌 ‘철도 구조물 안전점검 결과 및 조치내용’을 보면 국민의 소중한 생명과 직결된 시설물에 대한 관리가 얼마나 부실하고 형식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알 수 있다.

태풍 루사로 인해 전국에서 발생한 철도교량 붕괴, 선로 유실, 옹벽 붕괴 등 심각한 철도 재해는 경부선 영동선 정선선 등 5개 노선에 모두 37곳. 이 가운데 교량이 붕괴된 9곳은 완전 복구에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철도청은 전망하고 있다.

문제는 사고가 난 대부분의 장소가 철도청의 자체 안전점검(연 2회)과 정밀점검(격년 1회)에서 모두 양호한 상태로 조사됐다는 점. ‘철로 두절’을 ‘관재(官災)’로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동선은 5곳의 철도 교량이 끊어지고 20곳에서 선로가 유실되거나 궤도가 매몰돼 “차라리 다시 건설하는 게 낫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러나 사고가 난 곳은 지난해 두 차례에 걸친 철도청의 안전점검에서 모두 ‘B급’ 판정을 받았다.

건설교통부가 정한 ‘시설물 상태 평가기준 및 방법’에 의하면 B급은 경미한 손상이 있지만 양호한 상태를 의미하는 것으로 굳이 개보수가 필요 없는 정도를 일컫는다.

같은 기간에 점검이 실시된 전국 8708곳의 철도 구조물 중에서 5082곳(58.3%)이 B급을 받았다. C급은 교량 54곳, 터널 34곳, 옹벽 26곳 등 모두 224곳(2.6%)으로 철도청은 올해 211억원을 들여 모두 보수 보강을 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정밀안전 진단에서 B급으로 분류된 경부선 감천철교도 안전점검이 잘못된 대표적인 사례. 점검결과를 보면 주로 교각 상부에 대한 문제점만 지적됐지 교각의 수중 정밀탐사 등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반영했다. 감천철교는 이번 태풍에 교각 2개가 무너졌다.

철도 전문가들은 안전점검 업체의 난립도 안전점검이 제대로 안 되는 이유라고 지적한다. 철도 안전점검을 할 수 있는 국내 업체는 모두 300여곳으로 자본금 1억원에 장비 인원만 있으면 건교부에 사업자등록을 하고 안전점검 사업을 할 수 있다.

철도청 관계자는 “철도 구조물은 100년 동안 강우량이 가장 많았던 때를 기준으로 건설하기 때문에 이번 태풍이 쏟아낸 폭우에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재해 우려 시설을 개량할 수 있는 예산이 부족하고 안전점검 업체가 난립하고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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