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지난달 26일 ‘지자체에 대한 국감은 제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국회와 정부에 낸 데 이어 30일에는 공무원직장협의회(공직협) 대표들이 아예 ‘국감 전면 거부’를 결의했다. 국회측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회와 지자체간 힘겨루기는 16일 국감이 시작될 때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감거부 움직임〓전국 16개 광역단체장 모임인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달 26일 ‘지자체 국정감사 개선 건의문’을 채택해 국회와 행정자치부에 보냈다. 국감은 국가위임사무에 국한돼야 하며 지자체의 고유업무는 국감 대상에서 빼야 한다는 것.
지자체 공무원 단체인 16개 시도 공직협은 한 발 더 나아가 국감을 전면 거부하기로 하고 각 지자체에 국회의원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공직협은 4일 ‘국정감사 저지 행동계획’을 마련해 지난해 산발적이고 소극적으로 이뤄진 ‘국감 거부투쟁’의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공직협은 △국감장 봉쇄 △국감내용 녹취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국감법) 위반의원 고발 등 행동을 취하기로 했다.
다음달 2일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행정자치위원회 등의 국감이 예정된 서울시의 공직협은 국감 당일 ‘구(區)의원급 국회의원 환영’ ‘근조(謹弔) 지방자치’ 등의 문구를 적은 플래카드와 피켓 꽹과리 북 대형앰프를 동원해 국감장 밖에서 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논란〓현행법상 국회는 시도의 고유업무를 감사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국감 거부 이유다. 국감법에는 ‘지방의회가 구성돼 자치적으로 감사업무를 시행할 때까지’ 지자체 고유업무를 감사한다고 돼있다. 현재는 시도 의회의 감사를 받고 있어 지자체 고유업무에 대한 국감은 위법이라는 것.
서울시 공직협 박관수(朴寬洙) 대표는 “국회가 지자체 고유업무까지 감사하는 것은 지방의회를 무시하는 것으로 지방자치를 말살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직협이 국감 거부를 선언한 데에는 국회의원들의 무분별한 자료제출 요구도 작용했다.
지난달 말까지 636건의 국감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서울시의 경우 4일 현재 자료요구 건수가 1000건 이상으로 불어났다.
시 관계자는 “모 의원은 1t트럭 1대분에 해당하는 ‘과거 2년간 시 전체 부서의 문서 접수 및 발송대장’을 요구하기도 했다”며 ‘길들이기식’ 자료요구가 많다고 지적했다.
▽국회측 견해〓국회측은 국감은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원내총무는 “지자체에 지원한 국민의 혈세가 어떻게 쓰였는지 감시하는 것은 국회의 의무”라며 “지자체의 국감 거부는 국정의 기본틀과 원칙을 무시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정치권은 “일부 자치단체장이 공직협의 국감 거부 결의를 유도하거나 방조한 측면이 있다”며 국감 거부시 해당 지자체에 대한 예산지원 축소 등으로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는 반응도 보이고 있다.
참여연대 이태호(李泰鎬) 정책실장은 “공직협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지만 지자체를 포함한 행정부를 감시할 주체는 사실상 국회밖에 없어 지자체에 대한 국감은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국회의원들도 공무원이 납득할 만한 자료를 요구하는 등 자질을 높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정경준기자 news9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