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행차…물통 치우라"

  • 입력 2002년 9월 5일 16시 14분


수해 때문에 강원 강릉시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던 지난달 31일부터 닷새 동안 시민들은 지하수가 나오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곤 했다.

지하수가 나오는 집이나 학교 등에서는 수해를 당한 시민들에게 물을 나눠주는 후한 인심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주부 박모씨(40·강릉시 교동)는 3일 오후 K대에 지하수를 받으러 갔다가 겪은 일 때문에 불쾌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박씨는 이날 휴교 중인 대학에서 지하수를 공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에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지하수는 정문 수위실 옆에서 나오고 있었고, 일부 주민이 물통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박씨는 “수위실 직원이 나오더니 ‘지금은 물을 받을 수 없다’며 물통을 치우라고 요구했다”며 “그 직원은 높은 분이 곧 학교에 오시니 정문에 세워둔 차를 치우고 물도 그만 받아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한 주민이 항의했지만 이 직원은 “위에서 시키는 일이라 어쩔 수 없다”고 답변했다는 것.

결국 주민들은 차를 정문에서 좀 떨어진 곳으로 옮기고 지하수는 학교 정문 앞 도로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받아야 했다.

이날 오후 학교를 방문한 사람은 수해로 휴교 중인 영동지역 초중고교를 방문한 이상주(李相周)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었다.

한편 학교측은 “차가 정문 앞에 주차돼 있어 다른 곳으로 옮기도록 한 것이며 물을 받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강릉〓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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