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행정기관과 고립된 마을을 연결하는 행정무선망뿐만 아니라 정전에 대비한 자가발전기도 없어 이 같은 고립 상황은 언제든지 생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경북지역의 경우 이번 태풍으로 도로 곳곳이 유실되면서 도로 옆 전신주도 함께 쓰러졌다. 김천시 대덕면 부항면 증산면과 울진군 서면, 성주군 금수면 등의 주민 5000여명도 지난달 31일 폭우로 통신이 불통돼 3∼5일가량 외부와 차단됐다.
행정기관도 며칠이 지나도록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고 헬기로 전기를 대신할 양초를 공급하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김천시재해대책본부는 수해가 극심한 5개면의 사정에 대해 “통신이 끊어져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도 모르겠다. 도로가 복구돼야 전화 통화도 가능해진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달 31일 밤 성주군의 성주댐이 범람 위기에 놓였지만 폭우로 전기와 전화가 끊긴 상태라 행정기관과 인근 주민들이 댐의 상하류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우왕좌왕했다.
대구의 한 주민은 “TV에서 ‘성주댐 붕괴 위기…주민 대피 바람’이라는 자막을 보고 성주의 친척에게 전화로 알려주려 했지만 불통돼 알릴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울산의 40대 주부는 기자에게 “수해지역인 증산면에 사는 시댁 어른들의 안부가 궁금해 견딜 수 없는데도 도무지 방법이 없다”며 “아무리 태풍 피해가 심해도 며칠째 통신이 먹통이 될 수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대덕면에 사는 부모를 만나기 위해 경남 거창군에서 고향 마을까지 산길을 4시간 동안 걸어서 다녀왔다는 공무원 장태화(張泰和·47)씨는 “정보통신이 발달한 시대에 전신주가 넘어졌다고 통신이 완전히 두절되는 것은 믿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북지방경찰청은 궁여지책으로 고립된 울진군 서면 주민 1200여명을 위해 헬기에서 무전기 3대와 사용방법을 적은 쪽지를 내려주고 비상연락을 취하도록 했다.
휴대전화도 기지국이 피해를 보거나 전기가 끊어지면 무용지물이 된다.
이 때문에 피해 주민들은 마을이 고립되면 행정무선망으로 실태라도 파악하기 위해 시청 군청 면사무소 등 행정기관과 마을 사이에 행정무선망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KT(옛 한국통신) 대구본부 관계자는 “김천지역 5개면 가입자 4668명 중 5일 현재 3858명의 가입자(82%) 전화가 개통됐다”며 “오지의 미개통 가입자에 대해서는 최대한 빨리 개통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천〓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