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2조 피해에 복구예산 29억뿐

  • 입력 2002년 9월 6일 18시 37분


군 장병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방을 통해 흐르고 있는 한 민가에서 배수로를 만들고 있다. - 양양=신원건기자
군 장병들이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방을 통해 흐르고 있는 한 민가에서 배수로를 만들고 있다. - 양양=신원건기자
태풍 루사로 인한 재산피해가 6일 현재 사상 최대 규모인 4조2000억원에 이르지만 피해를 본 지방자치단체들의 재해복구예산이 사실상 바닥나 복구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지자체들은 가용재원을 총동원하고 지방채 발행도 고려하고 있으나 피해가 극심한 강원도 등 일부 지자체는 자체 조달이 어렵다며 중앙정부만 바라보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자연재해대책법상 ‘자연재해 피해 조사 및 복구지침’에 따르면 공공시설 복구비의 경우 댐 철도 국도 등 국가관리시설물은 전액 국비로 지원된다. 그러나 지방도로와 지방하천 등 지방관리시설물은 국비와 지방비를 절반씩 부담하도록 돼 있다.

지방비 비율도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가 각각 25%씩 부담하도록 돼 있으나 시군별 지방비 부담액이 17억500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의 80%를 국고에서 지원토록 규정돼 있다.

▼강원▼

이번 태풍으로 피해액이 이미 1조6000억원을 넘어섰고 최종 피해가 집계되면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강원도의 경우 올해 책정된 재해예비비는 고작 111억원.

제5호 태풍 ‘라마순’과 지난달의 집중호우, 이번 수해의 응급복구비로 15억원, 이재민 컨테이너하우스 구입비 11억원, 연초 재해예방사업비 등으로 82억원을 지출해 현재 29억원이 남아 있다.

이에 따라 강원도는 도 차원의 재원 확보가 불가능해 수해지역 시군과 함께 정부에 대폭 지원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내기로 했다.

▼경남▼

7500여억원의 피해가 난 것으로 잠정 집계된 경남도의 경우 올해 434억원의 재해 예비비를 확보했으나 8월 초 호우 피해복구에 87억원을 지출해 현재 347억원이 남아 있다.

전체 복구비는 호우피해 6600여억원, 태풍피해 1조3000여억원 등 모두 2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2000억원을 경남도와 도내 시군이 충당해야 할 것으로 보고 다른 가용재원을 모두 끌어오는 한편 그래도 부족하면 지방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하동군 관계자는 “올해 전체 예비비가 14억원에 불과해 지난 1차 호우 때 복구비로 전액 지출했고 이번 태풍피해복구비 1500억원 중 150억원을 군비로 충당해야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150억원 전액을 빌리면 갚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남▼

공공시설 등 3769억원의 피해를 본 전남도는 복구를 위해서는 피해액의 2배 정도인 7400여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경우 도가 자체 조달해야 할 액수는 국비 지원과 일선 시군이 부담하는 지방비를 뺀 1500여억원. 그러나 도가 확보해 놓은 예비비는 178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구나 태풍 ‘라마순’의 피해복구비 584억원 중 79억원을 자체 부담해야 되고 지난달 4∼11일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복구비도 880억원(도비 부담 최소 2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된 상황이어서 이에 따른 추가 부담도 280억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상상을 뛰어넘는 재해복구비로 인한 재정 압박이 가중돼 당장 지방채라도 발행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피해 상황과 규모에 따라 복구 우선순위를 정해 지원할 수밖에 없어 피해복구에 장기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예산처는 “재해복구의 국비와 지방비 부담원칙은 지켜야 하기 때문에 지방비가 바닥난 지자체는 행정자치부에서 특별교부금을 더 받거나 차입 등 자체 조달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춘천〓최창순기자 cschoi@donga.com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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