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치료에 하루 병원 7곳 ‘의료쇼핑’

  • 입력 2002년 9월 9일 18시 08분


경남 함양에 사는 정모씨(30·여)는 지난해 3월 2일 하루 동안 감기 진료를 위해 무려 7곳의 의원을 돌아다녔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재정에서 지출된 급여비는 7만6130원.

자영업을 하는 이모씨(38·서울)는 지난해 8월 좌골신경통 증세로 하루에만 9개 외과의원을 찾아다녔다. 이들 병원에 지급된 보험 급여비는 70만7722원.

이들은 “평소 감기나 신경통이 잘 낫지 않는 것 같아 여러 의원을 이용하게 됐다”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반에 말했다.

이처럼 같은 질병으로 여러 의료기관을 찾아다니는 ‘의료 쇼핑’ 현상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중복 진료’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같은 질병으로 하루에 2곳 이상의 병의원을 찾은 환자가 약 670만명(연인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하루에 3곳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진료받은 사람은 9만5000명.

중복진료가 가장 많은 질병은 감기로 하루 2곳 이상 의료기관을 찾은 감기환자는 128만2408명이었다. 다음으로는 치과질환(90만2257명)과 고혈압(46만4196명)에서 중복 진료가 많았다.

입원진료의 경우도 같은 의료기관에서 1년에 2회 이상 수술한 환자 수가 99년 1만2000여명에서 지난해는 2.6배인 3만2000여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치질 백내장 맹장 편도선 탈장 디스크 담석증 등 7가지 수술로 인한 보험재정 지출액이 지난해 3943억원으로 전체 급여비의 11.1%를 차지했다. 99년에는 이 액수가 전체의 6.9%에 불과했다.

전북 전주시에 사는 설모씨(56)의 경우 99년 6월부터 2년6개월간 H외과의원에서 8차례 치질수술을 받았고 이로 인해 378만원의 보험급여비가 지출됐다.

약국을 돌아다니는 환자도 적지 않아 서울에 사는 김모씨(40)는 지난해 7월 K병원에서 정신과 진료 뒤 받은 처방전을 복사해서 열흘간 51개 약국에서 1038일치의 약을 구입했다.

공단은 “외래환자의 중복진료는 환자 스스로가 여러 병의원을 찾아다니는 것이지만 중복수술은 의료기관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에게는 이를 자제토록 지도하고 의료기관의 부당청구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막겠다”고 밝혔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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