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하역장엔 과일이 절반도 차지 않았다. 물량이 적다 보니 경매는 평시보다 1시간 정도 이른 새벽 5시경 끝났다.
“들어온 사과도 상자를 열면 울퉁불퉁하거나 색깔이 고르지 않은 사과가 절반이 넘습니다.”
청과도매상 정병욱씨(40)는 “산지에 내려가 시름에 잠긴 농민을 보면 ‘예약한 물건이 어떻게 됐느냐’는 말조차 꺼내기 힘들 정도”라며 “지난 추석에는 과일이 시장 건물 밖까지 쌓였지만 올해는 시장이 텅 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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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청과바이어 이재희 계장(29)과 김갑준 계장(30)의 표정도 어둡다. 새벽 4시반부터 단골 도매상을 들쑤셨지만 때깔 좋은 ‘명품’ 과일을 찾지 못했다. 다행히 캠벨 포도 1000상자(상자당 5㎏)를 샀다. 3일 문을 연 노원점에서 시세(상자당 1만3000∼1만4000원)보다 싼 1만1000원에 팔 작정이다.
이 계장은 “추석 선물세트용으로 사전확보한 사과 40%, 배 30% 정도가 낙과 피해를 보았다”며 “일반등급은 도매상을 어르고 달래 겨우 광고전단 가격을 맞췄지만 1등급은 가격을 30% 올려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추석을 앞둔 음력 8월 언저리. 서울 가락동 청과시장 사람들의 일과는 황혼에서 새벽까지 길게 이어졌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