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대구 TV경마장 불법주차 극심

  • 입력 2002년 9월 9일 19시 48분


‘3번 말 조금만 더….’, ‘태종아(기수이름) 더 빨리….’

휴일인 8일 오후 2시 대구 달성군 가창면의 한국마사회 대구마권장외발매소(TV경마장).

경기 과천경마장에서 열리는 경마 경기를 실시간으로 중계하는 대형 모니터가 설치돼 있는 2, 3, 4층의 관람장은 1800여명의 이용객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이날 경마장을 찾은 이용객들은 대부분 자영업자나 회사원, 전문 경마꾼들. 그러나 군데군데 가족단위로 온 이용객들은 물론 호기심 어린 표정의 여성과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경주마들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매 순간마다 관람자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하거나 탄식을 터뜨려 ‘과천의 경마장에 온 게 아니냐’는 착각이 들 정도.

이날 가족과 함께 구경나온 김모씨(32·회사원)는 “비록 TV화면이지만 경주마들이 질주하는 모습을 보니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20여년 간 경마를 해 왔다는 50대 중년의 한 경마꾼은 “지역에 마권발매소가 없을 때는 경마를 즐기기 위해 승용차 등을 이용해 과천으로 가곤 했다”며 “대구경마장이 문을 연 뒤 개장일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출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0일 문을 연 대구마권장외발매소는 개장 이후 한 달여 동안 꾸준히 이용자가 늘어 8일에는 입장객 1828명(수용인원 3142명)을 기록하는 등 개장 이후 매주 20% 가량 이용객들이 늘고 있다. 하루 매출액도 10억∼11억원 대에 이른다.

그러나 경마장 개설 이후 이 일대의 교통체증이 가중되고 불법주차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등 갖가지 부작용과 민원도 속출하고 있다.

경마장 측은 당초 승용차를 타고 입장하는 이용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주차요금 1만원을 받아 이용자들의 거센 항의를 받자 지난달 31일부터는 경마장 입장 이후 3시간 이내에 떠나는 손님에게는 5000원을 돌려주고 있다.

이처럼 주차요금이 턱없이 높아 4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경마장 주차장은 텅 비워 있는 반면 경마장 부근 도로와 빈터는 불법차량으로 북새통이 빚어지고 있다.

이용자들은 주차요금을 무료로 하거나 최소한 도심의 유료주차장 수준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마장 인근 주민 이모씨(48·여·달성군 가창면)는 “경마장 이용 손님들이 승용차를 농토나 빈터 도로 등 아무 곳에나 세워 둬 통행불편과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밖에 경마장 개장 이후 매주 토요일과 휴일에는 달성군 가창지역 유원지를 찾는 행락 차량과 경마장 이용자들의 승용차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경마장 앞을 통과하는 대구∼청도간 도로는 물론 편도 1차로인 대구 상동교∼가창 용계초등교 간 신천 옆 도로에도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생하고 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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