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땅값 상승보다 주거환경이 우선"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57분


강남구 역삼1동 제1종주거지역 중간에 섬처럼 세워지고 있는 5층짜리 다가구주택 - 사진제공 역삼동 주민
강남구 역삼1동 제1종주거지역 중간에 섬처럼 세워지고 있는 5층짜리 다가구주택 - 사진제공 역삼동 주민
“땅값 상승보다는 주거환경을 택하겠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고급주택가 주민들이 자신들의 동네를 순수 주거전용지역으로 계속 유지시켜 달라며 강남구청과 서울시, 청와대 등에 집단민원을 해 눈길을 끌고 있다.

김옥경(金玉卿·주부)씨 등 강남구 역삼1동 620∼30번지 일대 주민 16명은 최근 “1종주거지역으로 묶여 있던 일대 1만여평 가운데 최근 7필지 400여평이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뀌어 5층짜리 다가구주택이 건축되고 있다”며 “이 땅을 1종주거전용지역으로 환원해달라”는 민원을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일반적으로 주거전용지역이 일반주거지로 바뀔 경우 땅값이 배 정도는 뛰는 게 상식.요즘처럼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는 가운데 돈 벌 기회를 마다하고 주거 환경 보호를 위해 건축규제가 까다로운 주거전용지역으로 계속 묶어달라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지역은 서울시내에서도 드물게 남아있는 1종주거지역으로 150∼200여평의 대지에 단층 또는 2층으로 지어진 고급주택 500여세대가 밀집한 곳.

이 가운데에 섬처럼 400여평만 이유도 모른채 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돼 건폐율 80%, 용적률 300%의 다가구주택 7채 70여세대가 건축되고 있어 인근의 조용한 주거 환경을 흐리고 있다는 것.

김씨는 “주차장, 일조권, 사생활 침해 등 앞으로 터질 문제들이 헤아릴 수도 없이 많다”며 “어떻게 이처럼 아늑한 주택가가 갑자기 용도변경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15년간 이곳에서 살아온 주민 배광순(裵光順)씨는 “주민 상당수가 평생 이곳에서 살기 위해 스스로 집을 짓고 가꾼 사람들”이라며 “제발 전처럼 아늑한 동네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서명에 참여한 주민중에는 변호사가 3명, 건설회사나 건축회사 스포츠센터 사장 등이 포함돼 있으며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의 동생인 노재우(盧載愚)씨도 적극 참여했다.

한편 이들은 문제의 다가구주택이 들어선 부지중 일부가 지난해 4월까지만 해도 1종주거지역이었고 도시계획도에도 그렇게 남아있다며 불법으로 용도변경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건축사 L모씨는 “해당필지는 소유자들의 친인척들이 구입해 합필과 분필을 하는 과정에서 본래 번지수가 사라지고 용도도 바뀌었다”며 “그러나 용도변경에 필요한 도시계획위원회 회의나 주민공람 등 절차를 밟은 흔적은 나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와 감사원 등은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는 반응. 강남구청은 이들의 민원에 대해 동문서답만 하다가 해당 공무원을 전보조치했다. 서울시는 이들의 질의에 대해 19일까지 답신을 주겠다고 해놓은 상태다.

서영아기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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