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강제 지문채취 위헌제청

  • 입력 2002년 9월 11일 18시 57분


수사기관이 신원 확인을 위한 지문 채취에 불응하는 피의자에게 벌금 구류 등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형사2단독 박범석(朴範錫) 판사는 11일 경찰 수사 과정에서 신원확인을 위한 지문날인을 거부해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류 3일을 선고받은 유영재(劉永載) 민족화해자주통일협의회 사무처장이 낸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수사기관이 지문채취에 불응하는 피의자에게 경제적 신체적 불이익을 주는 것은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강제처분은 법관의 판단을 거쳐 발부한 영장에 의한다’는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수사기관이 다른 방법을 통해 피의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음에도 지문 채취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형사처벌하는 것은 수사기관의 편의성만을 고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씨는 2월18일 서울 미국대사관 인근 열린시민공원에서 열린 ‘부시방한 반대 시국농성돌입 및 기자회견’에 참석 중 집시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 뒤 지문채취 요구에 불응해 구류 3일을 선고받자 이에 불복, 4월16일 법원에 위헌제청 신청을 냈다.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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