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이용상(李庸祥) 전북지방경찰청장은 교회 성당 원불교 등 전북도내 1892개 종교단체에 편지를 보냈다.
이처럼 이 청장이 편지를 보낸 것은 성직자들의 한마디가 경찰관들의 안전교육보다 훨씬 설득력 있고 효과가 클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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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는 “새벽기도를 다니는 노인들의 교통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며 “노인의 단독 야간 외출을 삼가되 꼭 외출을 해야 한다면 밝은 색깔의 옷을 입도록 당부해달라”는 내용이다.
7월19일 오전 3시50분경 전북 김제시 백구면 율포마을 앞 국도 23호선에서 술을 마신 운전자가 몰던 1t 트럭이 새벽예배를 보기 위해 교회를 가던 이 마을 김모씨(76) 등 할머니 4명을 치어 그 자리에서 숨지게 했다.
이처럼 농촌지역에서 노인들이 밤이나 새벽길을 걷다가 당하는 교통사고는 대부분 사망사고로 이어진다.
어두운 시골길을 달리는 차들이 대부분 엄청난 속도를 내는 데다 운전자가 술을 마시거나 졸음운전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반사신경이 떨어진 노인들이 이런 차량을 갑작스레 만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예컨대 올 들어 전북도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자는 총 609명으로 이중 61세 이상의 노인 보행자 사고는 무려 95명이나 됐다.
결국 농촌지역이 많은 전북에서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농촌 인구의 대부분인 노인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과 안전시설 확보가 결정적인 셈이다.
전북경찰청은 이를 위해 손해보험협회로부터 야광조끼 1100벌을 협찬 받아 도내 158개 노인정에 지급했다. 교통사고 사진 순회전시와 사랑방식 좌담회, 시군 노인회별 교통캠페인도 지속적으로 펼쳤다.
이와 함께 집단 교육보다는 개별 접촉이 효과가 크다고 보고 일선 파출소장과 직원들이 20만여 노인가구와 경로당을 직접 방문, 교통안전 주의사항을 설명했다.
이런 노인 교통사고와 합쳐 전북은 최근까지 교통사망 사고율 전국 1위로 상당수 보험회사들이 이 지역 운전자들의 보험을 받아주지 않고 있는데다 일부 손해보험사는 지점까지 철수한 상태다.
전북경찰청은 올 들어 사망사고율 1위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펴왔다. 매주 3차례 일제 음주운전 단속을 해 올 들어 적발 건수가 8월 말 현재 1만889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2%가 늘었다.
음주운전은 ‘불특정인을 향해 발사된 총알’처럼 당사자는 물론 한 가족 전체를 불행에 빠뜨리는 만큼 엄격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게 전북경찰청의 확고한 자세다.
모든 외근 경찰에게 교통경찰복을 지급하고 사무실보다 밖에서 근무토록 하는 것도 “경찰이 거리에 서 있는 것 자체가 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청장은 “교통사고는 본인은 물론 주위 사람들이 당하는 고통을 감안할 때 살인 등 다른 강력사건에 비해 결코 소홀히 취급될 수 없다”며 “시국사건이나 강력 형사사건이 줄어든 만큼 경찰력의 중심이 교통분야에 집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주〓김광오기자 ko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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