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재해지역 지정 전국 반응]지원액 복구비용엔 부족

  • 입력 2002년 9월 15일 18시 54분


정부가 태풍 루사로 피해를 본 전국 203개 시군구의 1917개 읍면동 모두를 특별재해지역으로 선정한 데 대해 피해지역 주민들은 대체로 “정부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지원액이 실제 피해 규모에는 못 미친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민 반응〓강원지역 주민들은 “모든 지역이 다 포함돼 다행”이라고 일단 반기면서도 정부가 제시한 지원액이 실제 피해액에 크게 못 미친다고 입을 모았다.

강원 고성군 죽왕면 구성리 이장 최정남씨(50)는 “농경지 대부분이 2∼4m씩 쓸려나가 1000평당 1000만원 이상의 복구비가 필요하다”며 “정부가 제시한 복구비는 절반 수준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경북 김천시 구성면 상좌원리 이상목 이장(58)은 “집과는 별개로 농경지의 경우 부분적으로 보상이 되더라도 앞으로 2∼3년은 농사를 짓기 어려워 정부의 지원이 실질적으로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인이 많은 농촌의 경우 융자금을 주더라도 갚을 능력이 없어 거절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지난달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본 경남 김해와 함안, 합천지역 주민들도 정부의 지원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반발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해 김해시 한림면 수해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비상대책회의를 열기로 했다.

함안군 법수면 백산지구 수해대책위 이일섭 위원장(61)은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가 제방 공사 부실로 발생한 인재(人災)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줄곧 ‘재해’가 아닌 ‘재난’으로 주장해 왔다”며 “여러 가지로 지원이 미흡하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달의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보았으나 태풍 루사 때는 피해가 없어 특별재해지역에서 제외된 김해시 진영읍, 생림면, 주촌면과 충남 천안시 북면 등지의 주민 반발이 심한 편이다.

천안시 북면 매송리 이창집씨(42)는 “집중호우로 논밭이 쑥대밭이 됐는데도 태풍 피해지역만 복구비를 많이 지원해 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지 않았던 전남북과 충북, 제주 등지의 주민들은 대체로 “충분한 보상은 아니지만 특별재해지역으로 지정돼 복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지자체 재정확보 비상〓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들은 지원과 관련한 예산확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피해복구비 7조7000억원 가운데 70%인 5조5000억원은 정부 예산으로, 나머지 30%인 2조2000억원은 지방비와 융자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

강원도는 피해액이 도 1년 예산의 2배에 가까운 2조5000억원에 육박해 자체 부담액이 최소 3500억원 이상에 이를 것으로 전망돼 재원 조달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용수(金容守) 경북 울진군수는 “복구비 중 30%를 자체 조달해야 한다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자치단체는 엄청난 부담”이라며 “정부가 피해 실상을 철저히 파악해 지원을 늘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원주〓최창순기자cschoi@donga.com

대구〓이권효기자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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