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사건이 조작됐다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발표에 대해서는 “과거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A 전 대법원 판사는 15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외압이나 지시는 없었고 수사기록에 따라 판결했으므로 당시 판단이 옳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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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전 대법원 판사도 “유죄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그다지 큰 마찰이나 논란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대법원은 1, 2심과는 달리 법률적인 부분만 따지기 때문에 기록이 허위일지라도 그를 근거로 판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이 ‘사법 살인’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20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것은 집행하는 쪽에서 자기 필요에 의해 한 것일 뿐 판사들 소관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 과정에서 유일하게 소수 의견을 냈던 이일규(李一珪) 전 대법원 판사는 “하급심 재판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나머지 판사들이 모두 동의해 유죄가 확정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27년 전 사건을 지금 말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했다. 군에 파견돼 하급심 판결을 내렸던 C 전 판사는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는 의혹 수준의 내용을 그냥 발표해 대법원 판결 내용을 부정한 엉터리 발표”라며 “재수사나 재심청구 등 법적 절차부터 제대로 밟아라”고 말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구성했던 12명의 대법원 판사 중 3명은 사망했다.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인혁당개전위 관련 5명 고문후유증 숨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14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가족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2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15명 중 전재권 정만진 이태환 유진곤 조만호씨가 80년대 중반부터 지난해까지 50대 중반∼70세의 나이에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의문사규명위는 “이들이 대인기피증 증세를 보였고, 구속 이전에는 없었던 고혈압, 정신질환, 척추장애 등의 질병에 시달렸다”며 “고문 때문에 생긴 질병이 사망의 직 간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전기고문을 당한 전씨는 고혈압을 앓다가 출소 4년 만인 86년 잠자다가 58세에 돌연사했고, 물고문을 심하게 받은 정씨는 98년 58세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또 고문을 받은 이씨는 팔다리 마비와 실어증 증세를 보이다가 2000년 70세에 뇌출혈로 숨졌다.
이 밖에 유씨와 조씨도 교도소 수감 생활 때부터 고혈압과 심장병을 앓아오다 80년대 중반 모두 사망했다고 의문사규명위는 설명했다.
한편 생존자 중 일부도 고문으로 척추장애, 대인기피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의문사규명위는 덧붙였다.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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