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논란 인혁당재건위 사건]당시 대법관 "소신대로 판결"

  • 입력 2002년 9월 15일 18시 54분


1975년 ‘인민혁명당 재건위원회 사건’ 피고인들에게 사형 확정 판결을 내린 당시 대법원 판사(현 대법관)들은 “기록을 토대로 법관의 양심과 소신대로 유죄를 선고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건이 조작됐다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발표에 대해서는 “과거 사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A 전 대법원 판사는 15일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잘 기억나지 않는다”면서도 “외압이나 지시는 없었고 수사기록에 따라 판결했으므로 당시 판단이 옳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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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문등 9가지 상고이유 모두 기각

B 전 대법원 판사도 “유죄 결론을 이끌어내는 데 그다지 큰 마찰이나 논란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대법원은 1, 2심과는 달리 법률적인 부분만 따지기 때문에 기록이 허위일지라도 그를 근거로 판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사건이 ‘사법 살인’으로 불리는 것에 대해 “20시간 만에 사형이 집행된 것은 집행하는 쪽에서 자기 필요에 의해 한 것일 뿐 판사들 소관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심리 과정에서 유일하게 소수 의견을 냈던 이일규(李一珪) 전 대법원 판사는 “하급심 재판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냈지만 나머지 판사들이 모두 동의해 유죄가 확정됐다”고 회고했다. 그는 “27년 전 사건을 지금 말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했다. 군에 파견돼 하급심 판결을 내렸던 C 전 판사는 “의문사진상규명위의 조사 결과는 의혹 수준의 내용을 그냥 발표해 대법원 판결 내용을 부정한 엉터리 발표”라며 “재수사나 재심청구 등 법적 절차부터 제대로 밟아라”고 말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구성했던 12명의 대법원 판사 중 3명은 사망했다.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인혁당개전위 관련 5명 고문후유증 숨져"▼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한상범·韓相範)는 14일 “인혁당 재건위 사건 관련자 가족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82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15명 중 전재권 정만진 이태환 유진곤 조만호씨가 80년대 중반부터 지난해까지 50대 중반∼70세의 나이에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의문사규명위는 “이들이 대인기피증 증세를 보였고, 구속 이전에는 없었던 고혈압, 정신질환, 척추장애 등의 질병에 시달렸다”며 “고문 때문에 생긴 질병이 사망의 직 간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말했다.

전기고문을 당한 전씨는 고혈압을 앓다가 출소 4년 만인 86년 잠자다가 58세에 돌연사했고, 물고문을 심하게 받은 정씨는 98년 58세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또 고문을 받은 이씨는 팔다리 마비와 실어증 증세를 보이다가 2000년 70세에 뇌출혈로 숨졌다.

이 밖에 유씨와 조씨도 교도소 수감 생활 때부터 고혈압과 심장병을 앓아오다 80년대 중반 모두 사망했다고 의문사규명위는 설명했다.

한편 생존자 중 일부도 고문으로 척추장애, 대인기피증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의문사규명위는 덧붙였다.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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