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문사규명위는 이 사건이 유신정권이 재야와 학생운동권의 유신반대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조작한 사건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대법원은 서도원(徐道源) 피고인 등 38명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인혁당 재건위를 결성한 뒤 정부를 전복하려 했다는 군검찰 기소 및 1, 2심 판결 내용을 고스란히 받아들였었다.
▽판사 구성과 판결 과정〓당시 판결은 민복기(閔復基) 대법원장을 비롯해 대법원 판사 13명이 모두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이뤄졌다. 당초 이 사건은 대법원 판사 4명이 참여하는 소부(小部) 사건이었으나 이일규(李一珪) 판사가 이의를 제기하면서 전원합의체로 넘어갔다.
대법원 재판은 2개월이 걸리지 않은 1, 2심 재판과는 달리 7개월에 걸쳐 이뤄졌다. 판결문도 164쪽으로 3∼10쪽가량인 일반 판결문에 비해 매우 길다.
▽상고 이유와 대법원 결론〓피고인들의 상고 이유는 고문에 의한 진술, 피고인의 진술권 및 변호인의 변호권 박탈, 긴급조치의 위헌성, 비공개 재판, 양형 부당 등 9가지. 대법원은 이를 모두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피고인들은 먼저 검찰관의 신문조서와 진술조서, 자필진술서 등이 모두 협박과 고문에 의한 강박 상태에서 작성된 것으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74년 6월19일 진행된 1심 2차 공판에서 이뤄진 피고인들의 법정진술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모두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조사를 받았으며 조사 당시 검찰관이 담배도 피우라고 주고 밥도 같이 먹었다”고 답변한 것으로 돼 있다.
피고인들은 또 참고인들에 대한 신문이 피고인과 변호인이 모두 참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져 피고인의 진술권과 변호인의 변호권이 박탈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비록 증인신문이 재판정이 아닌 곳에서 이뤄지긴 했으나 사전에 피고인과 변호인에게 이를 고지했으므로 문제가 없다”며 기각했다. 2심에서 피고인과 증인에 대한 신문을 1심과 내용이 같다는 이유로 생략한 데 대해서도 “법적 하자가 없다”고 판시했다.
긴급조치가 위헌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은 단호했다. 긴급조치는 대법원이 여러 차례 밝혔듯이 위헌이 아니며 법관의 영장 없이도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한 긴급조치 2호 12항도 헌법 위반이 아니라는 것.
비공개 재판이라는 피고인들의 주장은 법정시설의 수용 능력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기각됐고, 형량이 무겁다는 주장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은 양형 부당을 이유로 상고가 가능하나 이 사건은 군법회의법이 적용돼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소수 의견〓그러나 판결 내용에 대해 모두 찬성한 것은 아니다. 당시 이일규 대법원 판사는 2심 재판부가 재판을 신속히 한다는 이유로 검찰의 공소사실 낭독은 물론 피고인들에 대한 신문을 모두 생략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소송의 효율성을 위해 피고인 신문 등을 생략했다지만 이는 재판절차를 위반한 것이며 당사자들의 방어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요지였다.
인혁당 재건위원회 사건 쟁점과 대법원 판결 | ||
쟁점 | 피고인 상고 이유 | 대법원 판결 |
고문 통한 진술조서의증거력 | 고문으로 인한 진술조서이므로 증거 능력 없다 | 피고인이 재판과정에서 “고문 없었다”고 진술, 증거능력 있다 |
피고인 진술권, 변호인의 변호권 박탈 여부 | 2심 재판, 사실을 판단하는 심리 없어피고인의 진술권과 변호인의 변호권이 박탈돼 방어권 행사 못함 | 군법회의 항소심은 증거조사 등사실 심리를 되풀이할 필요 없다.변론 기회 충분히 부여됐다 |
비공개 재판의 적법성 | 비공개 재판은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해 헌법 위반 | 법정시설의 수용능력 등을 감안해방청권 제한한 것은 적법 |
긴급조치 적법성 | 긴급조치는 법치주의, 권력 분립주의위반해 무효. 천부적 인권 침해 | 긴급조치 무효 주장은 헌법 해석상 받아들일 수 없다. |
하종대기자 orionha@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