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특목高 열풍

  • 입력 2002년 9월 26일 18시 58분


수도권 각 지자체에 특수목적고교 설립 열풍이 불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주택시장 안정대책으로 수도권 특목고 설립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발표를 한 후 경기도내 지자체마다 특목고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러나 특목고가 난립할 경우 올해부터 시행된 수도권 고교 평준화 제도의 취지가 사라지고 현재도 과열조짐을 보이고 있는 사교육 붐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목고 유치 실태〓성남을 비롯해 수원 부천 안산 시흥 고양 평택 오산 김포 이천 등 11개 시가 특목고 유치를 위해 경기도교육청과 협의하고 있다.

성남시의 경우 17일 ‘성남 특목고 설립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공청회를 여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성남시는 1996년 외국어고 부지로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마친 백현동 남서울골프장 입구 땅을 특목고 부지로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고양시도 올해 고양 외국어고(기존 벽제고)가 문을 열었지만 1개교를 더 설립하겠다고 나섰고 수원시는 특목고 설립을 위한 학교시설부지 결정을 추진중이다.

김동식(金東植) 김포시장도 최근 도교육청을 직접 방문해 특목고 설립부지를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등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특목고 유치에 나서고 있다.

▽왜 유치에 열올리나〓우수 학생의 타 지역 유출을 막아 지역 인재를 육성하고 ‘교육자족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이 공통된 특목고 유치의 이유다.

그러나 밑바탕엔 평준화 제도 시행에 대한 거부감도 깔려 있다. 성남 특목고 설립 추진위측은 “평준화는 교육 수준의 저하를 초래하는 문제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미 시행된 평준화 제도를 폐지할 수도 없으니 특목고 설립이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교육청도 특목고 설립에 찬성하고 있다. 도교육청 학교설립과 김석용(金錫容) 사무관은 “우수 학생 확보를 위해서도 특목고가 필요하다”며 “서울이 외국어고가 6곳인데 비해 학생이 많은 경기도는 3곳에 불과해 권역별로 특목고를 설치하는 방안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특목고 설립을 위해서는 부지와 건축비를 포함해 200억∼300억원이 필요하고 기간도 최소 2∼3년이 소요돼 상당수 지자체들은 자체 예산으로는 재원 조달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때문에 상당수 시장이 지난 지방선거에서 내건 우수고교 유치 공약 이행을 빌미로 생색내기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우려되는 부작용〓전교조 경기지부와 참교육 학부모회, 경기경실련 등은 최근 성명을 내고 “공교육을 파탄시키고 평준화 제도의 뿌리를 흔드는 특목고 설립을 반대한다”며 “사교육 열풍을 조장했던 과거 명문고가 이름만 바꿔 외국어고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특목고 진학반이 운영돼온 분당과 일산, 평촌 등 신도시지역 학원가에선 벌써부터 특목고반이 증설되고 수강생도 늘고 있어 중학생들은 평준화 이전과 마찬가지로 치열한 입시경쟁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부 입장〓교육부 학교정책과 윤석주(尹錫柱) 연구사는 “평준화를 유지하면서 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특목고 설립을 권장하고 있다”며 “그러나 특목고 설립 권한을 가진 시도교육감이 지역 교육여건을 감안해 최종 설립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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