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폭력을 견디다 못해 집에서 나온 뒤 PC방에서 채팅을 하던 중 나이가 15세라고 했는데도 어떤 사람이 ‘놀아주면 20만원을 주겠다’는 쪽지를 보내왔다. 같이 얘기나 해주면 될 줄 알았는데 강제로 술을 먹어야 했고 성관계도 가졌다.”(엄소정·가명·16)
26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정동 성프란치스코회관 2층에서 열린 ‘청소녀 인권 지킴을 위한 대화의 장’에서 가출 소녀 10명이 가면을 쓴 채 자신들이 겪은 성매매 경험담을 얘기했다.
이 자리는 청소년 대상 성매매 행위의 심각성과 성범죄자 신상 공개의 당위성을 알리고자 청소년보호위원회 후원으로 청소녀들이 다니는 대안학교인 범숙학교(‘창원 여성의 집’에서 운영)와 가출 소녀 선도보호시설인 ‘한국여성의 집’이 공동으로 마련한 것.
‘나는 고발한다. 어른의 양심을…’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 행사는 경험담을 얘기한 소녀뿐만 아니라 청중으로 참석한 100여명도 모두 가면을 쓰고 입장해 솔직한 대화의 장이 됐다. 발표에 나선 소녀들은 감정이 격해져 욕을 하기도 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김정숙양(가명·17)은 “우리 나이 또래 아이들은 성보다는 돈이 중요하다고 여기고 있는데 그런 약점을 이용해 우리에게 돈을 주고 한번 즐긴 뒤 버리는 사람이 성인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창원 여성의 집 조현순(趙顯順) 관장은 “아이들을 데리고 이런 행사까지 해야 해 마음이 무겁다”며 “청소년 보호는 우리에게 주어진 사회적 의무이기 때문에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 공개 수위를 높여서라도 성범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보호위 이승희(李承姬) 위원장은 “여러 각도에서 신상 공개제도에 관해 연구하고 있으나 사진 공개나 정확한 주소지 공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