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골발견 와룡산 현장

  • 입력 2002년 9월 26일 22시 22분


26일 개구리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된 대구 달서구 용산동 와룡산 중턱(속칭 세방골)은 주택가와 불과 300여m 떨어진 곳으로 도토리나무가 많은 나지막한 야산이다.

유골을 처음 발견한 최환태씨(55·대구 달서구 용산동)는 도토리 철을 맞아 등산용 지팡이를 들고 이날 오전 11시경 산에 올랐다. 도토리를 줍던 최씨는 낮은 구릉 쪽을 뒤지다 두개골 일부를 발견하고 막대기로 파냈다. 형태를 알아볼 수 있는 유골이 서너개 나오자 놀라 경찰에 신고했다.

최씨는 “어린이 신발 같은 게 보여 순간적으로 개구리 소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고 말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 4명이 흙을 30㎝가량 파내자 비교적 형태가 완전한 두개골 3개와 부서진 두개골 2개, 뼈 조각들이 나왔다. 또 유골과 뒤엉켜 있던 잠바와 바지, 체육복, 티셔츠 등 옷가지 10여점과 어린이 신발도 5켤레 나왔다.

청색 계통의 한 체육복 상의에는 ‘상인’이라는 마크가 찍혀 있었다. 신발은 4켤레가 흰색 운동화였고 나머지 한 켤레는 검은색 가죽신발이었다. 가족들은 개구리 소년들이 실종 당시 신었던 신발 그대로라고 말했다.

유골과 옷이 뒤엉킨 발굴현장은 마치 어린이 5명이 함께 껴안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산 속에 어둠이 깔리자 경찰은 유골에 천과 비닐을 덮었으며 이동식 발전기 1대를 현장에 설치해 주변을 환하게 밝혔다. 경찰관과 전의경 30여명은 밤새도록 유골 주위를 에워싸 외부인의 접근을 막았다.

경찰은 날이 밝는 대로 유족들이 참여한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식팀과 함께 본격적인 신원 확인작업을 할 예정이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