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년 3월 개구리 소년들이 실종된 뒤 11년 동안 이들을 찾아온 나주봉(羅周奉·48·서울 동대문구 제기동)씨는 26일 개구리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91년 6월 인천 월미도에서 노점상을 하던 나씨는 개구리 소년들 중 한 명인 우철원(禹哲元·당시 13세)군의 아버지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당시 나씨는 우군의 아버지로부터 소년들을 찾는 전단 500여장을 빼앗듯이 받아 행인들에게 나눠준 것이 계기가 돼 소년들을 찾는 일에 매달려 왔다.
그는 1.5t 트럭에 소년들의 사진을 붙이고 전국을 헤맸다. 트럭이 폐차된 뒤에는 군밤을 파는 리어카에 사진을 붙이고 다녔다. 각설이 복장을 해 ‘털보 각설이’라고 불리던 나씨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장타령을 하면서 전단을 나눠줬다.
그는 99년부터 서울 청량리역 광장 부근에서 실종된 소년들의 사진으로 도배를 한 조그만 컨테이너에서 옷을 팔고 있다.
그동안 자비로 만들어 뿌린 전단만 100여만장. 소년들의 가족과 함께 전국 방방곡곡 가보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19명의 미아를 찾아주기도 했다.
“지난해 돌아가신 김종식(金鍾植·당시 9세)군의 아버지 생각이 가장 많이 납니다. 고인의 영정 앞에서 ‘꼭 찾겠다’고 다짐을 했었는데….”
아직도 남아 있는 개구리 소년들의 포스터 다발을 만지면서 “이제 태워야겠네…”라고 말하는 나씨의 목은 메어 있었다.
나씨는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만난 200여명의 미아 부모들과 지난해 4월 ‘전국 미아실종가족찾기 시민의 모임’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다.
민동용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