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산 쾌척한 80대 할머니

  • 입력 2002년 9월 27일 15시 21분


80대 할머니가 학생들의 인성교육에 써달라며 평생 모은 전 재산을 대학교 장학재단에 기부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가톨릭대는 윤정혜(尹貞惠·82) 할머니가 평생 모은 전 재산 10억여원 상당의 건물과 예금통장을 학교에 사후(死後)에 기부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돈도 제대로 쓰는데 주어야지. 아무데나 주면 버리는 것만 못해. 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알뜰하게 써준다니 오히려 내가 고맙지."

홀아버지 밑에서 7남매와 함께 자랐던 윤 할머니는 한때 수녀가 되고 싶었지만 생계를 꾸려가야 하는 현실 때문에 꿈을 접어야만 했다. 그는 6·25전쟁 후 헌집을 사들여 수리한 뒤 되파는 일을 생업으로 한푼두푼 재산을 모았다.

"사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해야겠다고 늘 생각했지만 뭘 해야 하는 건지 알아야지. 고민하다 시신과 유산을 대학에 기부했다는 한 할머니의 얘기를 듣고 유산으로 고민하기 보다는 바른 인재 양성을 위해 내가 가진 것을 쓰기로 결정했지."

평생 미혼으로 살아온 윤 할머니는 수녀원이 운영하는 경기 용인의 한 양로원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다.

가톨릭대는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학교 총장실에서 기부식을 갖고 윤 할머니에게 보답차원에서 각종 의료혜택을 제공하기로 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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