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민간인 편법채용 큰소리치는 경남도

경남도가 98년부터 대기업 간부를 영입, 투자유치과장으로 근무시키고 있는 것(본보 9월 26일자 A 29면 보도)은 명백한 잘못이다.

도 관계자는 “‘특수업무 수행에 필요하면 기관 단체의 임직원을 파견받아 근무시킬수 있다’는 지방공무원법을 적용한 것”이라고 해명한다.

하지만 이는 억지다. 상위법을 근거로 자신들이 만든 ‘경남도 행정기구 설치조례’에는 ‘투자유치과장은 지방서기관(4급) 또는 계약직 공무원을 발령해야 한다’고 못박고 있기 때문이다.

파견 근무는 가능하지만 공무원이 아닌 경우 직제상의 보직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한 간부는 “올바른 업무처리는 아니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행정자치부의 시정 명령에는 불쾌감을 나타냈다.

경남도의 주장은 이렇다.

“정부는 ‘개방형 직위’라는 이름으로 민간인의 영입을 권장했다. 경남도가 전국 최초로 기업간부를 데려와 많은 성과를 거뒀다.

전남도도 최근 이 제도를 본받았다. 일을 시키면서 보직을 주지 못하도록 한 자체가 눈가리고 아웅하라는 거다.”

공권력을 행사하는 기관이 불법을 저질러 놓고, 관련 규정의 미비를 탓하는 꼴이다.

특히 경남도는 “법과 현실이 동떨어져 생긴 일”이라고 목청은 돋우지만 단 한차례도 관계법령의 개정을 건의한 적이 없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월급은 회삿돈으로 주면서 중견 간부를 장기간 지방자치단체에 파견해 둔 배경도 의문이다.

행자부도 나태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남도의 기업체 간부 영입은 이미 공공연한 사실. 서둘러 규정을 다듬거나 경남도에 시정을 촉구했다면 전남도가 전철을 밟지 않을 수도 있었다.

경남도는 “제도적 뒷받침은 내몰라라 하던 행자부가 책임을 피하기 위해 뒤늦게 칼을 빼 든 것”이라며 시정명령을 거부키로 했다.

‘목적’을 위해 ‘초법적 수단’을 동원하고도 천연덕스런 경남도나, 이제와서 “지자체의 인사 내용을 잘 모를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둘러대는 행자부나 오십보 백보다. 정말로 민간 전문가의 공직사회 영입이 필요하다면 법과 제도를 이에 맞게 고쳐서 시행하면 될 일 아닌가.<창원에서>

강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