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소년' 제보자수사 제자리

  • 입력 2002년 10월 1일 19시 01분


대구 달서경찰서는 1일 ‘개구리 소년들이 와룡산 군 사격장 부근에서 총기 오인사고로 살해됐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한 한모씨(43·무직) 등 제보자들을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와 대질 조사 등을 통해 사실 확인 작업을 벌였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경찰은 한씨를 상대로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한 결과 거짓말 양성반응이 나왔으나 한씨가 ‘틀림없이 그 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사실 여부를 추가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또 유골 발견 하루 전날 서울의 한 언론사에 ‘개구리 소년의 죽음’에 관한 제보를 한 정모씨(40·무직)를 대구로 데려와 한씨 및 유골 발견자인 최모씨(55)와 대질 조사를 벌였으나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언론사에 유골이 묻힌 곳을 얘기한 정씨를 이날 유골 발견 현장으로 데려갔으나 정씨는 “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육군 모 부대 관계자는 이날 대구경찰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총기 오인사고로 개구리 소년들이 숨지는 일은 일어날 수도 없고, 있었다 하더라도 11년여 동안이나 은폐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대구에 주둔 중인 미군이 와룡산 사격장에서 사격훈련을 하다 오인사격을 했을 가능성에 대해 “요청이 있을 경우 미군에 수시로 사격장을 이용토록 했으나 소년들의 실종 당일 미군이 사격훈련을 했는지는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개구리 소년들’의 사망 원인에 대한 수사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가운데 경찰 내부에서 유골 발견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점 등 경찰의 미숙한 초동수사를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26일 오전 대구 와룡산에서 소년들의 유골이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파출소 직원들과 이후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한 달서경찰서 직원들이 삽을 이용해 마구 현장을 파헤치는 바람에 현장 보존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대구경찰청 과학수사팀과 경북대 법의학 관계자 등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현장이 크게 훼손돼 유골의 본래 형태와 위치, 유골 위에 덮여 있던 흙과 유품들의 처음 상태 등을 알 수 없었다고 경찰 관계자는 말했다.

대구〓정용균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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