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개천절경축 단군장승 깎는 조각가 김종흥씨

  • 입력 2002년 10월 2일 17시 56분


“장승은 한국인의 표정이 아닐까요.”

장승제작 권위자인 경북 안동 하회마을 김종흥(金鍾興·50)씨. 그는 3일 오후 1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개천절 경축 세계지구인축제에서 처음으로 길이 180㎝ 지름 30㎝ 크기의 ‘단군 장승’을 소나무로 깍을 예정이다.

“장승에도 표정이 있어요. 개천절의 의미에 맞게 한국인에게 가장 와닿는 표정을 소나무에 불어넣고 싶습니다.”

김씨가 그동안 만든 장승 1500여개는 전국 곳곳에서 ‘한국의 표정’을 전하고 있다.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앞 평화공원에 서있는 장승 30기와 솟대 20개, 강원도 정동진 조각공원의 장승 150기, 서울 평창동의 장승 25기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그동안 만든 장승의 표정은 모두 조금씩 다릅니다. 한국인의 표정이 그만큼 다양한 것이 아닐까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장승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것도 한국인의 정서에 가장 어울리는 표정이기 때문일 겁니다. 외국인도 좋아하고요.”

그가 장승을 통해 다양한 한국의 표정을 만들게 된 것은 하회마을과 관련이 있다. 10여년전 장승 4개를 하회마을 입구에 세운 것이 계기가 돼 현재 장승 200여개로 조성된 장승공원은 하회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나무를 다루는 일에 소질이 있어서 그런지 하나 둘 사라지는 장승을 되살려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요. 하회마을로 아예 이사를 와서 장승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잊고 지내던 것을 발견하는 듯 했습니다.”

250㎝정도의 장승 한 개를 깍는데 하루정도 걸린다. 그는 “잡념이 생기면 마음먹은 표정을 살릴 수 없어 새벽에 정신을 모아 집중적으로 작업을 한다”고 말했다.

안동〓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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