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번 없는 군인’ ‘음지의 전사’로 알려진 북파공작원들에 대한 정부의 보상 방침이 결정됨으로써 일단 이들이 그 실체를 인정받았으나 요구사항의 수용 여부에 따라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북파공작원 실태〓북파공작원은 요인 암살과 첩보 수집 등의 임무를 띠고 북한지역에 파견된 무장첩보원을 말한다. 지금까지 북파공작원 중 확인된 실종자는 7726명이며, 미확인 실종자와 생존자를 합치면 그 수는 1만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존한 북파공작원들이 만든 단체는 7개로 회원은 모두 2000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2개 이상 단체에 중복 가입된 회원도 있고, 훈련을 받다 탈락한 사람들도 일부 섞여 있어 정확한 숫자 파악은 힘든 실정이다.
▽왜 거리로 나섰나〓‘설악동지회’는 80년대부터 최근까지 북파 훈련을 받은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까지의 ‘젊은 요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 단체의 20∼40대 요원들은 정부의 권유에 따라 몇 년간 ‘지옥 훈련’만 받고 북한에 파견되지 않은 채 사회로 복귀했다. 이들은 정부가 북파공작원의 보상금을 북한 파견 횟수와 복무기간 등을 기준으로 차등 지급하는 데 반발해 거리로 나섰다. 정부는 북파공작원들에게 2000만∼6000만원의 보상금을 주기로 방침을 정했는데, 설악동지회 소속 20∼40대 회원들은 북한에 파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보상금 액수가 적어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인생을 돌려달라”〓북파공작원은 3∼5년간 장기계약 방식으로 채용된다. 정부는 이들을 채용할 당시 북파공작원으로 활동한 후 군인이나 경찰로 특채할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특채는 극소수에 그쳤고 대부분 계약기간이 끝난 후 실직자로 전락했다.
이들은 훈련기간 중 가혹한 훈련을 받고서도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해 불만이 더욱 커졌다.
83년부터 4년간 북파공작원 훈련을 받은 정모씨(43)는 “훈련과정에서 파괴된 인성 때문에 아직도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나를 이용만 하고 사회에 내팽개친 정부는 내 인생을 보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설악동지회 구홍회(具弘會·36) 대외협력국장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명예회복이지 돈이 아니다”며 “정부가 우리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국가로부터 배운 모든 수단을 동원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