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전문 직업인이 될 수 있어요"

  • 입력 2002년 10월 2일 18시 50분


전국 장애학생 직업기능 발표대회에 참가한 대구광명학교 최지현군이 조소에 열중하고 있다. - 대전=이기진기자
전국 장애학생 직업기능 발표대회에 참가한 대구광명학교 최지현군이 조소에 열중하고 있다. - 대전=이기진기자
“우리의 가락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게 제 소망이죠. 인간문화재가 될래요.”

2일 오전 대전 동구 가오동 대전맹학교에서는 장애인들의 직업 기능과 자립 의욕을 높이기 위한 ‘2002 전국 장애학생 직업기능 발표대회’가 열렸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은 전국의 32개 시각 및 청각장애학교 학생 397명으로 하나같이 장애를 딛고 전문 직업인으로 성장하려는 의지와 집념을 보였다.

먼저 국악부문에 출전한 대전맹학교 이민정양(17·고등부 2)은 가야금을 연주하며 제비가 흥부집에서 노닐고 가는 ‘제비노정가’를 10분 동안 완창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앞을 못 보는 탓에 가야금의 음계를 손끝으로 익힌 지 2년 만에 이양은 올해 전국한밭가야금병창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할 정도로 연주 실력이 향상됐다. 이양은 이날도 국악부문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2층 독서부 교실에서 열린 조소 대회장에서는 이 부문 최연소 참가자인 대구광명학교 최지현군(8·초등부 2)이 자신의 얼굴을 진흙 묻은 손으로 만져가며 얼굴상을 만들고 있었다.

2시간 동안 계속된 탓인지 최군은 “힘들다”라는 말을 몇 차례 중얼거리며 눈과 코 귀의 형상을 만들었다.

같은 시간 청각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13개 종목이 열린 대전 대덕구 대화동 대전원명학교.

제과제빵 경연장의 참가 학생 8명은 대회 주최측이 제공한 케이크용 빵에 갖가지 색깔과 모양의 장식을 만들어 붙였다. 3시간 가량이 지나자 멋진 케이크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경연장은 금세 유명 제과점을 방불케 할 정도였다.

최우수상을 받은 전북 전주의 선화학교 고등부 3학년 오종헌군(18)은 “직업전문학교 제빵부에 들어가 훌륭한 제빵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수자수 경연장에서는 꼼꼼함의 대결이 펼쳐졌으며 제품 디자인 부문에는 12명의 학생들이 참가해 연필깎기통을 가장 사고싶은 마음이 들도록 그리는 데 열중이었다.

심사를 맡은 한남대 조형예술학부 이병훈(李炳勳) 교수는 “요즘에는 청각장애인들도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해 사회에 진출하고 있다”며 “성실하고 집중력 있는 업무 태도에도 불구하고 고용을 기피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대전〓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

대전〓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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