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세 대왕좌나무 구사일생

  • 입력 2002년 10월 2일 22시 26분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230세 된 대왕좌(大王坐)팽나무(사진)가 하마터면 베어질 뻔했다가 나무의 중요성이 뒤늦게 알려져 극적으로 ‘목숨’을 구했다.

안명식(安明植·61)씨는 토지구획 정리사업을 한 뒤 자신의 땅에 심겨져 있는 대왕좌팽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줄 것을 서울 송파구청에 수차례 건의했다.

그러나 송파구청은 “팽나무는 수령(樹齡)이 250세 이상이고 높이도 20m 이상이어야 하는데 대왕좌 팽나무는 수령이 20년 모자라고 키도 11m밖에 안 된다”며 거절했다.

또 이 나무는 2개 건물의 틈새에 끼여 있어 나무를 살리려면 주변 땅을 매입해야 하는 등 3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드는 어려움도 있었다.

구청이 난색을 표하자 안씨는 8월 재건축 허가를 받고 살던 집을 헐었고 이 과정에서 나뭇가지가 여러 개 잘려 나가기도 했다.

그러나 뒤늦게 이 나무의 중요성을 알게 된 구청측이 9월 초 안씨에게 건축공사 중지를 요청했다.

인조가 앉아서 약수를 마시고 간 곳에서 100여년 후에 나무가 자라났다는 일화로 ‘대왕좌나무’로 불리는 등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

송파구청은 이 나무에 대한 감정평가를 의뢰하고 6억원의 예비비를 확보해 나무를 살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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