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요청 배경〓규제개혁위의 다수 민간위원들간에 기업의 경영환경을 고려하는 논리가 더 우세했다고 볼 수 있다.
규제개혁위는 지난달 27일에 이어 이날도 3시간 넘게 격론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주5일 근무제 시행 시기를 연기하라는 권고를 제시해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은 대세로 그 자체를 거부할 수는 없지만 산업 현장에 미칠 악영향을 완화하도록 제동을 건 것이다.
이는 규제개혁위의 위원 구성이 경영계에 유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적위원 20명 중 정부위원 7명을 제외한 민간위원 13명이 주로 경제학과 경영학과 교수나 기업대표, 경제신문 논설위원 등이다. 노동계를 대표하는 위원은 한 명도 없다.
무엇보다 노사정위원회에서 한국노총과 한국경영자총협회, 정부 등 노사정 3자가 주5일 근무제 합의에 실패한 것이 최대 악재로 작용했다. 노사정이 합의했다면 경영계가 근로시간 단축을 규제로 보지 않는 것이므로 규제개혁위가 반대할 명분은 없다.
▽전망과 영향〓규제개혁위의 조건부 통과는 주5일 근무제 입법안의 연내 입법을 한층 더 어렵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입법안을 차관회의와 국무회의에 올려 확정짓겠다고 밝혔지만 개선 권고 ‘꼬리표’가 붙은 법안이 순조롭게 처리될지는 알 수 없다.
노동부는 규제개혁위의 개선 권고를 반드시 따를 필요가 없는 ‘의견 제시’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반면 규제개혁위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개선 권고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선거를 앞둔 국회가 주5일 근무제 입법안에 대해 노사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이번 회기에 통과시킬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규제개혁위의 개선 요구는 또 다른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주5일 근무제 도입이 현정부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더 커졌다. 2000년 5월 노사정위원회에 ‘근로시간단축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를 시작한 뒤 2년 넘게 끌어온 주5일 근무제는 7월 22일 노사정위 합의 최종 결렬 이후 정부 입법도 좌초 위기를 맞았다.
이에 따라 2003년 초부터 시작되는 임금단체협상에서 사업장별로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는 문제를 놓고 노사간에 갈등이 커지게 됐다. 노동부가 가장 우려하고 있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다.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