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교통선진국]무인단속 감지장치 믿다간 '큰코'

  • 입력 2002년 10월 6일 18시 35분


영업사원 송모씨(42·경기 고양시)는 얼마 전 35만원을 주고 부착한 무인속도단속기 감지기 덕분에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운전하고 있다.

송씨는 스스로 과속을 하지 않는 베스트 드라이버라고 생각해 왔고 평소 다니던 길 어느 곳에 무인단속기가 있는지, 이동식 단속은 어느 지점에서 하는지를 정확히 기억할 정도로 꼼꼼하다.

이 같은 그이지만 주로 이용하는 고양∼의정부 구간 39번 국도의 제한속도가 대부분 80㎞인 반면 언덕을 넘어서는 고양시 구간은 70㎞라는 점을 몰랐던 탓에 얼마 전 과속단속 스티커를 처음으로 받았다. 이후 운전할 때마다 조바심이 났고 불안감까지 생기는 등 운전이 스트레스가 됐던 것.

그는 “감지기가 미리 제한속도와 카메라 위치를 알려주고 모르는 길까지 안내해 줘 운전이 한결 편안해졌다”며 “안전운전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송씨와 달리 설치한 감지기에 불만스러운 운전자도 있다.

지난해 서너 차례 과속에 적발된 김모씨(35·의정부시 가릉동)는 위성을 통해 단속기 위치를 알려준다는 감지기를 설치했으나 모르는 길 안내에나 이용할 뿐 올 들어 두 번이나 적발돼 지금은 그 효과를 믿지 않는다.

최신형 감지기로도 경찰관들이 수시로 위치를 바꾸어가며 단속하는 이동식단속에는 별 효과가 없기 때문.

이처럼 인공위성까지 이용해 과속단속기를 피하려는 운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서는 감지기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 규정속도를 지키는 것이 큰 화를 피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재 시중에 유통되는 감지기 대부분은 미리 과속단속기의 위치를 차량 내 단말기에 입력해둔 뒤 인공위성을 통해 차량의 위치가 단속기 반경 500m내에 들어오면 경보음이나 음성으로 이를 알려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단속기 위치뿐 아니라 터널, 교량 등 사고위험지역도 안내해 주고 길을 안내해 주는 기능을 추가한 것도 있어 운전자들의 선호도도 높다.

경찰에서도 불법장치가 아닌 데다 일단 사고위험지역에서 운전자들이 감속하게 돼 사고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

과속단속기는 98년 첫선을 보인 이후 현재 전국에 1000여대가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

단속건수는 2000년 528만7372건, 지난해에는 1057만279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 같은 강력한 단속 덕분에 사고예방효과는 커져서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0년 1만236명에서 지난해에는 8097명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100여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눈여겨볼 점은 단속기나 감지기 설치가 늘었고 사망자도 크게 줄었는데 과속 단속건수가 두 배 가까이 늘었다는 것.

이는 고정식 과속단속기를 통한 과속단속은 전체 단속건수의 약 30%이고 나머지는 경찰관들이 직접 단속기를 들고나서는 이동식 단속 때문이다.

감지기를 통한 사전 감속도 중요하지만 운전 중에는 도로여건에 따라 규정된 제한속도를 준수하는 것이 단속과 사고를 모두 피할 수 있는 안전운전의 기본이라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준 셈이다.

설재훈 박사(국무총리실 안전관리개선기획단 전문위원)는 “약 10만여대가 보급된 과속단속기 감지기도 어느 정도 사고예방 효과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그러나 감지기에 의존하기보다 제한속도를 준수해야 자신과 이웃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