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재해 산재신청 기피 건강보험으로 편법처리

  • 입력 2002년 10월 7일 18시 58분


산업재해보험으로 처리해야 할 업무상 재해를 건강보험으로 처리하는 편법사례가 늘고 있다.

산재보험 비용이 건강보험으로 전가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될 수 있고 건강보험료 인상으로 인한 가입자 부담이 커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

99년 9월 경기 김포시 A공장에서 작업중 허리를 다친 강모씨(45)는 최근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재해를 당한 이후 회사 지정병원에서 치료를 계속 받아왔으나 치료비가 자신의 건강보험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강씨에 대해 산재 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3년여간 건강보험으로 치료비를 지급해온 것.

관련법은 직원 1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3일 이상의 치료를 받는 업무상 재해는 산재처리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이를 적용하지 않고 산재보험 처리를 기피한 것이다.

올해 8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공사장에서 일하던 오모씨(56)도 머리를 다쳐 수술을 받았다. 회사측은 공상처리를 했다고 밝혔으나 오씨 가족은 치료비가 건강보험에서 지급되는 것을 발견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산재처리를 건강보험으로 편법처리하다 적발된 사례는 2000년 3041건(20억7600만원), 지난해 3549건(42억5800만원)이었으며 올해의 경우 7월까지 2998건(36억6000만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공단측은 “상당수 기업들이 산재 건수가 많을 경우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편법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 재해율이 높은 작업장은 안전시설 미비 등을 사업주의 고의나 과실로 간주해 형사 처벌까지 받기 때문이라는 것. 특히 건설업체는 공사 수주에 제한을 받는 데다 심하면 면허정지 처분까지 받는다. 또 재해율이 높아지면 회사가 내야 하는 산재 보험료가 오르는 것도 산재처리를 기피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산업재해를 건강보험으로 처리할 경우 근로자는 후유증 치료비를 자비로 부담해야 하고 장애등급도 못 받는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문제점.

한국산재노동자협회 이상용(李相龍) 상담실장은 “산재보험 대신 건강보험 처리를 하는 사례가 건강보험공단의 적발 건수보다는 훨씬 많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회보험연구소 김용하(金龍夏) 소장은 “치료기간이 짧은 경상에 대해 회사측이 산재처리를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민동용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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