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군은 지난달 30일 오후 3시경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H아파트 자신의 집에서 학원으로 가던 중 근처 놀이터에서 40대 초반의 남자에게 유괴됐다.
이 남자는 이날 오후 5시경 허군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아들의 병원비가 급히 필요하다”며 허군의 몸값으로 1000만원을 요구하는 등 모두 60여통의 협박 전화를 했다.
유괴범은 그동안 서울, 인천, 경기 동두천 등 수도권과 대전, 충북 청주 등지를 옮겨다니며 도피 행각을 벌였다. 범인은 공중전화 통화는 짧게 하고 끊고 휴대전화는 통화 후 배터리를 빼는 방법으로 경찰의 전화발신자 추적을 피했다.
또 훔친 주민등록증으로 개설한 은행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할 때는 심부름꾼을 보내는 등 지능적인 수법으로 경찰 추적을 따돌렸다.
범인은 8일 오후 8시경 중부고속도로 음성휴게소와 충북 진천군 축협 등에서 현금인출기를 통해 허군 가족이 이날 입금한 600만원 중 500만원을 인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인은 9일 오전 5시15분경 허군의 집 부근 S아파트 앞에 허군을 내려놓고 달아났다.
허군은 “범인이 눈가리개를 씌우고 팔을 묶은 채로 차에 태워 이곳 저곳으로 끌고 다녔다”며 “차 밖으로 나올 때는 큰 가방에 나를 넣어 옮겼고 아파트에서는 침대에 묶어 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163㎝가량의 키에 왜소한 체격으로 추정되는 용의자의 몽타주를 만들어 전국에 공개 수배했다.
황진영기자 bud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