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안기부돈' 수사 왜 안하나…'덮어두기' 의혹

  • 입력 2002년 10월 10일 23시 09분


김인태(金仁泰) 전 경남종합건설 대표가 국내로 송환됨에 따라 대검 중수부의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 수사가 재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일단 김씨의 신병을 서울지검 외사부로 보내 미국에서 80만달러를 빌려 도박을 한 혐의에 대한 수사를 받도록 했다.

대검 중수부는 공식적으로 김씨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에 대해 더 이상 수사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이 사건은 김씨가 없는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통해 관련 혐의와 의혹이 대부분 규명돼 김씨를 상대로 수사할 것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전 경남종금 서울지점장 주영도(周永道)씨가 재판 과정에서 “안기부 돈을 세탁하는 대가로 김 전 대표에게서 돈을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주씨가 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의원과 직거래해 안기부 돈을 세탁했다는 정황이 있기 때문에 김씨의 역할을 규명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반면 정치권과 검찰 내부 일각에서는 종금사 지점장이 대표의 허락도 없이 정치인의 부탁을 받고 계좌를 빌려주고 그 계좌를 통해 거액의 안기부 자금을 세탁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검찰이 이처럼 수사를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둔 시점에서 수사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부담을 느끼기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따라서 검찰이 김씨 개인 비리 수사를 통해 신병을 확보한 뒤 김씨가 안기부 돈 선거자금 유입 사건에 개입했는지에 대해 조사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97년 12월 미국으로 달아날 때 친척 명의의 위조 여권을 갖고 있었던 김씨는 민사 문제가 발단이 돼 미 당국에 검거됐다. 미국에 거주하는 한 교민은 김씨가 교민의 사회보장번호(SSN)를 도용해 10만달러 정도의 손해를 입혔다며 휴스턴 한국총영사관에 신고한 것.

총영사관은 한국 경찰청에서 김씨의 신원을 확인한 결과 김씨가 국제형사경찰기구인 인터폴에 수배가 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미 연방수사국(FBI)과 미 이민국에 김씨를 신고했다. 지난달 24일 미 댈러스에서 체류 하던 김씨는 위조 여권 소지와 불법 체류 혐의로 미 당국에 체포됐다.정위용기자 viyonz@donga.com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